CNN "푸틴, 동기 충분하고 러시아는 사이버공격 경험 많아"
전문가들 "한수 위인 美의 반격 위험성 탓에 가능성 작아"
"美 경고는 러 움직임 보고 있다는 점 시사…심리전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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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을 상대로 한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이 공격이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CNN 방송은 22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의 경고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데 지금까지 미 첩보기관이 모두 정확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경고 역시 경고에 그치지 않고 현실이 될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사이버 공격에 대한 경고 연설 이후 열린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모임에서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 역량의 규모는 상당히 심각한데 그게 다가오고 있다"며 "그(푸틴)는 아직 그것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이는 그의 전술 교범에 있는 것의 일부"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를 휘청거리게 할 정도의 제재를 가한 미국 정부와 미국인을 상대로 언제든 직접적인 보복에 나서려 할 수 있다고 CNN은 전했다.
자신의 첩보기관, 또는 관련된 범죄집단을 동원해 미 정부기관이나 병원, 주요 인프라(기반시설),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시설을 공격하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미국을 공격할 동기는 충분하다고 CNN은 분석했다.
미국·유럽 중심의 전례 없는 제재는 러시아 경제에 치명상을 입히는 중이고, 이 제재가 장기화할수록 러시아 국민은 고통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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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군사적으로는 기대와 달리 신속하게 우크라이나를 점령하지 못한 채 교착 상태가 계속됨에 따라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의 지정학적 우위를 더 높이기 위해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CNN은 또 최근 수년간 여러 행동을 통해 푸틴 대통령 스스로 서방을 상대로 이미 저강도 전쟁을 치르는 중이라고 믿고 있다는 인상을 줘왔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정보기관이 이미 2016년, 2020년 미 대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캠페인을 전개한 점은 그런 사례라는 것이다.
사이버 전쟁이 러시아의 새로운 전술도 아니다. 2020년 말 미 연방정부와 주요 기업의 전산망을 겨냥한 솔라윈즈 해킹이 이뤄진 사실이 드러났을 때 미국은 러시아 대외정보국을 배후로 지목했다.
지난해 미국에 유가 급등 사태를 몰고 온 송유관 운영사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에 대한 랜섬웨어 공격은 러시아의 범죄 조직인 '다크사이드'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핵심 관건은 푸틴 대통령이 미국과의 사이버 전면전 위험을 감수할 것이냐라는 질문이라고 CNN은 지적했다.
미국 역시 러시아의 무기를 능가할지도 모르는 가공할 사이버 화력을 갖춘 만큼 신속하게 러시아의 핵심 인프라에 재앙적인 공격을 퍼부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이버전 전문가들은 이런 미국의 반격 능력이 푸틴 대통령의 사이버도발을 억제할지를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취재한 20명의 전문가는 러시아가 미국을 상대로 재앙적 사이버 공격에 나서기에는 좋은 상황에 놓여 있지만 그럴 것 같지는 않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CNN은 밝혔다.
자국의 사이버전 역량이 미국에 한 수 아래라는 점을 푸틴 대통령이 이해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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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바이든 대통령도 전날 경고에서 "(우리는) 핵심 인프라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억제하고 방해하며 필요할 경우 이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도구를 사용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경고는 심리전의 역할도 수행할지 모른다고 CNN은 짚었다.
이 경고는 미 정보기관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부터 러시아군의 동태를 정확하게 예측해온 이력에 힘입어 신뢰성이 더 공고해졌다.
이는 또한 미국이 러시아 정권의 일거수일투족을 뚜렷이 들여다보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잠재적 사이버 공격에 대한 '진전된 첩보'가 있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이번 전쟁에 대한 그림을 그려주기 위해 미 첩보기관 활동의 결과물인 전략적 정보를 공개한 또 다른 사례라고 CNN은 풀이했다.
CNN은 "(소련의 옛 정보기관인)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인 푸틴이, 미국이 러시아의 첩보기관에 침입했을 가능성에 대해 격노하고 있을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날 경고엔) 심리전의 요소도 작동하고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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