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넘은 피란민 350만명…전쟁 장기화로 동유럽→서유럽 확산
접경국 이미 포화 상태…"EU 미래 달린 일…제대로 다뤄야"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러시아 침공으로 우크라이나에서 난민이 쏟아져나오면서 유럽연합(EU)의 수용 여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재까지 우크라이나를 빠져나온 난민은 350만명 이상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인구 이동 중 최대 규모다.
EU는 전례 없는 지원을 약속했으나 문제는 유럽 전역에 걸쳐 인도적 대응이 시급한 상황에서 어디에 어떻게 도움의 손길을 배분하느냐는 것이다.
초반에는 우크라이나 주민이 미리 연락해둔 친척이나 친구를 찾아 국경을 넘어갔으나 전쟁이 한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급하게 피신하느라 당장 오갈 데 없는 난민이 불어나는 상황이다.
이런 난민이 많아진다는 것은 각국 정부 차원의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뜻이 된다.
또 각 나라 민가에서 임시로 우크라이나 가족을 받아들여 더부살이하는 방식이 언제까지 가능할지도 불투명하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난민은 대체로 접경국인 동유럽 국가에 머물지만 점점 서유럽으로도 이동 중이다.
당분간 고향땅으로 돌아갈 수 없겠다는 우려 속에 막연하게나마 새로운 기회를 찾는 것이다.
수의사로 일하던 한 여성은 가족과 함께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닷새간 차를 몰아 프랑스로 향했다.
그는 불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점을 살려 프랑스에서도 수의사로 일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WSJ에 말했다.
프랑스는 이런 난민에게 1년 거주, 의료 혜택, 무상 교육 등을 지원 중이다.
난민을 두팔 벌려 받아주던 접경국 폴란드 등이 이미 포화 상태에 달한 점도 우려를 더한다.
폴란드로는 우크라이나 난민 210만명이 유입됐는데, 내부에서는 이미 한계점을 넘어섰다는 호소가 나온다.
수도 바르샤바 시장인 라파우 트샤스코프스키는 지난 12일 "우크라이나 난민을 더는 수용할 수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예일대 유럽 전문가인 토머스 그레이엄은 EU가 난민 사태로 근본적 시험대에 올랐다고 진단하고 "사회경제적, 정치적 연합으로서 EU는 그들의 미래를 위해 이를 제대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이전까지는 난민 반대를 고수하던 민족주의, 포퓰리즘 정치인들도 우크라이나 난민 사태에서는 미묘한 입장 변화를 드러냈다.
이탈리아 극우당 '동맹'(Lega)의 마테오 살비니 당수는 지난주 폴란드 국경을 방문해 우크라이나 난민과 만났으며, 이전과 달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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