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분 동안 화상 연설…기시다 "강한 결의로 국민 지키려는 모습에 감명"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3일 저녁(한국시간) 일본 국회 화상 연설에서 "러시아가 사린 등의 화학무기를 사용한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중의원 제1의원회관에서 일본 참의원(상원) 및 중의원(하원) 의원 약 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생중계된 화상 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이미 수천 명이 희생됐고, 이 중 121명은 어린이였다"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참상을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일본에 대(對)러시아 경제제재를 계속해달라고 요청하면서 러시아의 침공을 막기 위해서는 "러시아와 무역을 금지해야 한다"는 발언도 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원자력발전소를 공격한 것에 대해서는 "러시아는 핵물질 처리장을 전장으로 바꿔놓았다"며 "전쟁 후 이것을 처리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상상해봐라"고 말했다.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당시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사고로 지금도 어려움을 겪는 일본의 상황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일본의 공영방송 NHK는 약 15분 동안 진행된 젤렌스키 대통령의 국회 화상 연설을 전국으로 생중계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 등 일본 각료들도 중의원 제1의원회관 회의실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을 청취했다.
국방색 점퍼를 입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자 기시다 총리를 비롯한 일본 국회의원들은 일제히 기립 박수를 보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 영국, 독일 등의 국회에서도 화상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호소한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일본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러시아에 압력을 가했다"면서 일본의 우크라이나 원조에도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일본 정부는 서방 국가와 함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나 러시아 중앙은행 등 러시아의 주요 인사와 금융기관 등에 대한 제재를 신속하게 단행했다.
방탄복과 헬멧 등 방위 장비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했고, 인접국으로 피란한 우크라이나 국민의 일본 입국도 허용했다.
기시다 총리는 젤린스키 대통령의 연설 후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에게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강한 결의와 용기로 조국과 국민을 지켜내려는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인도적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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