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주식 매도 금지하고 국부펀드 11조원 투입해 주가 방어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폭락 사태를 피하기 위해 한 달 가까이 문을 닫았던 러시아 주식시장이 일부 재개되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탈출'이 사실상 불가능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러시아 정부가 주식시장 일부 재개에 앞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거래를 제한하는 다양한 사전 작업을 해놨다고 보도했다.
일단 러시아 중앙은행은 현지 증권회사를 대상으로 외국인 고객의 주식 매도를 허용하지 않도록 했다.
이는 러시아가 이날 발표한 공매도 금지와는 별개의 조치다.
주식시장이 열린다고 하더라도 외국인 고객은 러시아 주식에서 손을 털지 못하고 강제 보유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스베르방크 인베스트먼트 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2월 현재 외인 투자자들은 러시아 주식시장에서 유동주식의 4분의 3을 보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주식시장에서 막대한 지분을 지닌 외인 투자자 보유 주식 매각을 금지하면 주식시장을 재개해도 패닉에 의한 폭락을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조치로 보인다.
앞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달 24일 러시아 증시는 33% 폭락했다. 한 달 가까이 거래가 중단됐지만,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한 러시아 경제의 어려움을 감안한다면 주식시장이 재개되더라도 폭락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또한 러시아는 자국 국부펀드를 통해 올해에만 93억8천만 달러(한화 약 11조4천억 원)를 주식 시장에 투입하기로 했다.
주가를 방어하기 위한 조치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경제에서 비중이 높은 석유회사들도 주가 방어를 위해 자사주 매입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러시아 주식시장의 큰손인 외인들의 손발을 묶은 뒤 정부 차원에서 주식시장에 거액을 투입한다면 폭락 사태는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투자자문사인 ETF 컨설팅의 블라디미르 크레인델 최고경영자(CEO)는 "러시아 주식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고, 회복하고 있다는 환상을 목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는 주식시장을 외국인 투자자와 내국인 투자자로 분리해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24일부터 국영은행 스베르방크와 VTB,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를 포함한 33개 종목의 거래를 재개한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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