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 부담 66년 만에 최고…유류세 리터당 약 80원 낮춰
소득세 면세점 높여 저소득층 부담 완화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해 영국 정부가 성장률 전망치를 뚝 떨어뜨리는 한편, 경제 충격 완화를 위해 유류세를 인하한다.
영국 정부는 23일(현지시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8%로 제시했다. 이는 작년 10월 전망치 6.0%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한 수준이다.
정부 독립기구인 예산책임처(OBR)는 세계 경기 회복이 오미크론 변이, 공급망 병목, 물가 급등으로 이미 타격을 입고 있었는데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진단하면서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예산책임처는 성장률을 2023년은 1.8%, 2024년은 2.1%로 제시했다.
또, 올해 물가상승률은 7.4%로 봤다. 작년 10월 제시한 4.0%의 거의 두 배다. 특히 올해 4분기에는 8.7%로 40년 만에 최고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 통계청은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6.2%로 30년 만에 최고라고 이날 발표했다.
예산책임처는 임금 상승세가 물가를 쫓아가지 못하면서 생활 수준은 올해 2.2% 낮아질 것으로 봤다. 이는 66년 전 기록이 시작된 이래 최대폭 하락이다.
예산책임처는 영국의 생활 수준은 물가를 감안하면 2024/2025 회계연도까지 팬데믹 전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 영국 정부는 이날 생활비 부담 완화를 위해 유류세를 내년 3월 말까지 리터(L) 당 5펜스(약 80원)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유류세는 11년간 L당 58펜스로 유지돼왔다.
BBC는 영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이 22일 기준 L당 1.67파운드(2천686원)로 1년전에 비해 40펜스 이상 올랐다고 전했다.
영국 휘발유 가격은 유류세 35%, 공급자 구매비용 33%, 부가가치세 17%, 소매상 이익 8% 등으로 구성돼있다.
이와 관련해서 일부에서는 바닷물에 물 한방울 떨어뜨리는 셈이라고 비판도 나온다.
영국 정부는 또 일종의 소득세인 국민보험(National Insurance) 분담금 납부 면세점을 높여서 저소득층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면세 기준이 9천600파운드(1천544만원)에서 1만2천570파운드(2천21만원)로 올라간다.
정부는 약 3천만명에게 총 60억파운드의 혜택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다만 4월 국민보험 분담금률 인상 등 세율 인상은 계획대로 한다.
리시 수낙 영국 재무부 장관은 의회에서 대러 제재에는 비용이 들며, 우크라이나 침공은 영국뿐 아니라 세계 전체 경기 회복에 위기라고 말했다.
영국은 매년 하반기에 예산안과 함께 경제 및 재정 전망을 발표하고, 이듬해 봄에 예산 수정안 및 경제지표 수정치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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