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수요 낮추고 경제 고립화 가속 가능성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천연가스 수출 대금으로 루블화만 받겠다는 러시아의 방침은 오히려 자국 경제에 심각한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유럽 등에 수출하는 천연가스 대금으로 루블화만 받겠다고 발표한 것은 환율 방어가 목적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화자산이 동결됨에 따라 폭락한 루블화에 대한 수요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수입하려는 업체들은 달러나 유로 대신 루블화를 확보해야 한다.
실제로 이날 푸틴 대통령의 발표 후 달러에 대한 루블화의 가치는 6% 정도 상승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의 루블화 결제 요구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루블화로 대금을 받겠다는 방침이 실질적으로 루블화 수요 증대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미 러시아가 자국 에너지 회사에 대해 수출 대금으로 받은 외화의 80%를 의무적으로 루블화로 바꾸라는 조치를 내린 상태이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직접 루블화를 받든, 외화를 러시아 국내에서 루블화로 바꾸든 결국 루블화에 대한 수요 자체가 변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WSJ은 루블화 의무화가 오히려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수요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구매자들이 루블을 확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는 않더라도 상당히 번거로운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대안을 강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루베이 에셋 매니지먼트의 신흥시장 전략가 티머시 애시는 "러시아와의 에너지 거래가 더욱 힘들게 됐다"며 "탈(脫) 러시아 에너지화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루블화로 결제를 받을 경우 서방 금융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는 낮출 수 있겠지만, 정작 달러화를 확보하지 못해 수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경제학자 제이슨 터비는 "루블화 결제 요구 같은 조치는 궁극적으로 러시아 경제를 국제 사회와 단절된 고립 상태로 몰고 갈 것이라는 주장에 힘을 실을 것"이라고 말했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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