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새 정부 민관협업 강조…민간 '롤 체인지' 온 것 같다"(종합)

입력 2022-03-24 11:52  

최태원 "새 정부 민관협업 강조…민간 '롤 체인지' 온 것 같다"(종합)
"규제개혁도 민관협력하면 변화 가져올 것…기업 입장에선 통상문제 중요"
"전경련과는 다 같은 식구…여건 안 맞아 아직은 가입 계획 없어"
중대재해처벌법엔 비판 목소리…"왜 형법으로 만들었는지 아쉽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새 정부가 민관협업을 강조하고 민관합동위원회를 설치해 실제 이야기를 한다고 하니 민간 입장에서 보면 '롤 체인지'(역할 변화)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23일 대한상의 회장 취임 1년을 맞아 출입 기자들과 한 간담회에서 이같이 언급한 뒤 "과거에는 정부가 정책을 정하고 그 중간에 (민간의) 의견을 수렴하는 형식으로 했지만, 이제는 정책을 만들어나갈 때 공동으로 같이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민관합동위원회를 설치해 민관 전문가들의 아이디어가 국가 핵심 어젠다에 반영되도록 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및 최근 언급과 관련, 앞으로 민간이 단순히 정책의 '조언자'가 아닌 '동반자'의 역할로 바뀔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규제개혁도 민관이 협력해서 한다면 유효성과 여러 데이터를 분석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런 것들이 미래에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규제개혁과 관련해선 '그 일은 하지 마라'는 게 아니라 '그 일을 잘하면 무엇인가 줄게'라고 생각해야 한다"며 "예컨대 탄소중립의 경우 탄소를 자발적으로 많이 줄이는 쪽에 뭔가를 준다고 생각하면 탄소를 줄일 확률이 더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또 "정부만 설득해서 될 것이 아니라 규제의 상당 부분은 법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국회에서도 세팅해줘야지 가능하다"고 주문했다.



최 회장은 새 정부의 조직개편을 앞두고 통상교섭 기능을 둘러싼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간의 물밑 신경전과 관련해선 "기업 입장에서 보면 통상 문제는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통상 기능을 어느 부처가 가져가느냐는) 기업을 얼마만큼 이해하는 쪽이 통상을 맡느냐, 그렇지 않으냐의 차이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이는 산업계와 소통해 온 산업부에 통상기능을 그대로 남겨둬야 한다는 의견을 우회적으로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 회장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확산 움직임에 대해 "'기업이 사회 가치를 훼손하면서 돈을 벌면 안 된다'는 생각을 ESG로 이름 붙여 놓은 것 같다"면서 "이 가치를 어떻게 사회적으로 진전시키면서 돈을 벌지가 기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트렌드"라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ESG를 잘하는지에 대한 평가(rating)를 잘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시장이 자율적으로 선택하게 되고 점수 많이 받는 곳을 소비자들이 선호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응책과 관련해선 "디지털 인프라스트럭처, 디지털 앱을 제대로 갖고 있던 곳은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별로 받지 않았고, 그렇지 않은 곳은 상당히 많은 타격을 받았다"며 "대한민국이 앞으로 디지털 인프라스트럭처를 산업 쪽으로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현 정부 들어 '패싱'됐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다시 부상하는 움직임에 대해선 "전경련과 대한상의가 라이벌이라는 개념은 없다. 경제단체끼리도 힘을 합하고 '으쌰으쌰'를 잘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전경련과) 반목이나 갈등은 없다"면서 "작년부터 전경련을 포함해 모든 경제단체와 협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허창수 전경련 회장과 친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경련은 1961년 설립 후 대기업을 대변하는 재계의 '맏형' 역할을 했지만 2016년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려 위상이 급추락했다. 이에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이 탈퇴하면서 규모도 크게 축소됐으나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부활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최 회장은 전경련에서 SK가 빠졌는데 다시 가입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다 같은 식구라고 생각한다. 여건이 되면 고려할 수도 있는 것 같다. 다만 지금으로서는 여건이 하나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 아직은 가입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최 회장의 부친인 고 최종현 SK선대회장은 1993∼1998년 전경련 회장을 맡아 병마와 싸우면서도 경제살리기를 위한 정책제언 등에 힘을 쏟은 바 있다.
최 회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에 심각한 위기가 오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시간이 흐르면서 그렇게까지 위협적인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면서 "결국은 공급망 다변화에 따라 돌아가는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 이후가 더 걱정"이라며 "러시아가 어떻게 취급당하고 그 문제가 어떻게 확산할 것인지, 또 중국은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이고, 그런 게 원자잿값과 모든 문제에 어떻게 영향 줄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왜 형법으로 만들었는지 아쉽다. 기업과 관련된 경제문제는 경제로 다뤄야 하는데 경제문제를 형법 형태로 다루면 비용 등 예측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이렇게 되면 불확실한 위험은 모두 회피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다만 "법은 만들어졌으니 이것이 실효성이 있는지 없는지는 시간이 흐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최 회장은 대한상의의 국민 참여형 홈페이지 '소통플랫폼'에 올라온 제안 1만건을 이번 주 내 윤 당선인 측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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