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일자리 3천여개 외국인이 채워야"…"중, 반도체 전문가 20만명 부족"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이 조만간 한국, 대만의 반도체 전문가 유치전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 조지타운대 유망기술·안보연구소(CSET)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향후 10년간 미국에서 팹(반도체 생산 공장) 일자리가 2만7천개 만들어지고 그 중 약 3천500개는 외국 태생 노동자가 채워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미국 정책 입안자들은 특히 미국에 새로 지어지는 팹에서 일하려는 한국이나 대만의 경력직 채용을 위한 신속한 이민 수속 과정을 마련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 연구소의 윌리엄 헌트 분석가는 미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를 위한 '반도체 제조 인센티브 법안'(CHIPS for America Act)으로 미국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숙련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술자들에 대한 수요가 생겨날 것이며, 이는 한국과 대만에서 관련 인력을 채용해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국가 안보와 관련된 기술을 가진 노동자들을 위해 기존 이민 장벽을 낮추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부터 '반도체 자립'을 강조하며 중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한국, 대만 등 반도체 선두주자들과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일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 및 관계자들과 회의에서 "손톱만 한 반도체가 우리 모두의 생활에서 자리하지 않는 부분이 없다"며 반도체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삼성은 텍사스에 170억 달러(약 20조원) 상당의 최대 규모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했다. 이를 통해 2천개의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그런가하면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는 현재 약 120억 달러(약 14조원)를 투자해 애리조나에 최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TSMC는 오는 2024년부터 이 공장에서 5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반도체를 양산할 계획이다.
또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반도체 제조 인센티브 법안'에 따라 정부 보조금을 받게 된다면 미국 내에 여러 반도체 공장을 지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만간 미국에서는 숙련된 반도체 기술자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게 된다.
중국도 '반도체 굴기'를 향해 뛰면서 반도체 업계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그러나 숙련된 인력 부족이 반도체 자립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중국 최대 반도체 기업인 SMIC(중신궈지)의 리처드 창 회장은 지난해 연설에서 중국 반도체 분야 최대 과제는 자금이나 정책 지원이 아니라 숙련된 인력이라고 지적했다.
중국반도체산업협회(CSIA)는 지난해 11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2023년까지 반도체 전문가 20만명 부족 사태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중국 반도체 산업 일자리 4개 중 1개꼴로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은 대만의 반도체 인력 채용에 공격적이다. 특히 미국에서 교육받고 TSMC 같은 대만 업체에서 훈련받은 인력이 주요 공략 대상이다.
그러나 대만은 지난달 산업 스파이 행위를 엄단하는 내용을 담은 국가안전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등 반도체 기술과 인재 유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개정된 법안은 '국가핵심관건기술 경제간첩죄'를 신설해 최고 12년형에 처하고, 국가핵심관건기술 관련 영업비밀을 대만 밖에서 무단 사용하면 최고 10년의 징역과 최고 5천만 대만 달러(약 21억 원)의 벌금을 물릴 수 있도록 했다.
법안은 "누구든지 외국, 대륙(중국 본토), 홍콩, 마카오, 대만 밖 적대세력 또는 적대세력이 설립하거나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각종 조직, 기관, 단체 등을 위해 국가핵심관건기술을 침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다만, CSET의 헌트 분석가는 이러한 제약에도 언어와 문화적 동질성, 인접성을 고려할 때 중국은 여전히 대만 반도체 인력들이 선호하는 곳으로 남을 것이며, 중국은 이들 인력을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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