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으로 물가고에 관광산업도 직격탄…외국인 투자 자금 유출
이집트 정부, 음식 소비 늘어나는 라마단 앞두고 당국 고심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장기화하는 코로나19 대유행에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물가 급등과 외화 유출 등 위기에 처한 이집트가 국제통화기금(IMF)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현지 언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셀린 알라드 IMF 이집트 사무소장은 전날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환경과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영향이 이집트를 포함한 전 세계 여러 국가에 중대한 도전과제를 안겼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상황에서 이집트 당국은 IMF에 전반적인 경제 프로그램 가동을 위한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전체 인구가 1억300만 명으로 아랍권에서 가장 많은 이집트는 이미 IMF의 구제금융 지원으로 위기를 넘긴 바 있다.
2011년 '아랍의 봄' 혁명 이후 찾아온 정치적인 격변 속에 외환 위기 우려가 커지자 지난 2016년 120억 달러의 IMF 자금 지원을 받은 적이 있다.
이집트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이 나타난 지난해에도 2020년에도 80억 달러의 지원을 받아, 아르헨티나에 이어 IMF의 2대 채무국이 되었다.
2016년 구제금융 당시 자국 화폐인 이집트 파운드화의 가치를 절반으로 절하시켰던 이집트는 이번에도 IMF 자금지원 요청을 앞두고 파운드화 가치 절하를 허용했다.
당국의 조치로 이집트 파운드화의 달러 대비 환율은 종전 15.66에서 18.4로 약 14% 급락했다.
또 이와 함께 대규모 감세 조치와 함께 경제 불안 경감을 위한 긴급자금 70억 달러도 추가로 배정했다.
알라드 사무소장은 이런 조치를 환영했다. 그는 "불확실성의 시기에 환율 유연성의 지속은 외부 충격을 흡수하고 재무적 충격완화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하다. 거시경제의 안정성을 지키기 위해 신중한 재무 및 통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집트가 직면한 최근 위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우선 코로나19 장기화의 여파로 상승 곡선을 그리던 곡물가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파르게 뛰면서, 세계 최대 밀 수입국인 동시에 전체 밀 수입의 80%가량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의존해온 이집트에 엄청난 물가 상승 압박을 가했다.
또 팬데믹 장기화로 악전고투해온 이집트의 주요 외화 수입원인 관광산업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더 깊은 수렁에 빠졌다. 이집트 홍해 변의 주요 관광지를 점령해온 단골손님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인들의 발길이 뚝 끊긴 것이다.
이집트 당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휴양지에 발이 묶인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잠자리와 식사 등을 무료로 제공하는 형편이다.
실물경제 상황이 악화하자 이집트에 들어왔던 외국인 투자자금도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주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9∼12월 50억 달러의 순 유출이 있었고, 우크라이나 분쟁 뉴스로 추가 유출이 있다"고 밝혔다.
피치는 이어 "자금 순 유출은 더 빡빡해진 글로벌 재무 상황과 IMF의 자금지원 프로그램이 부재한 상황에서 이집트의 외부 자금모집 필요 및 이집트 환율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도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이집트 정부는 식품 소비가 대폭 늘어나는 이슬람 금식 성월 라마단을 앞두고 노심초사하고 있다.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은 전날 어머니의 날 행사에서 현재 이집트의 식량 확보량에 문제가 없으며 라마단 기간에도 그럴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합리적인 음식 소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 엘시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이집트 군 당국도 물가고 극복을 위해 국민에게 저렴한 음식을 제공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국영 일간 알아흐람이 전했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