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텐센트의 기업분할에 대한 어떠한 이야기도 매우 추측성이며 현시점에서 그것은 우리가 고려하는 게 아니다."
지난 23일 저녁 열린 텐센트의 작년 4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는 "중국 당국의 눈에 너무 비대한 것으로 비치지 않기 위해 사업을 분할할 가능성이 있냐"는 민감한 질문이 나왔다.
그러자 그때까지 질의에 답하던 텐센트의 전략총괄책임자 제임스 미첼은 바로 마이크를 텐센트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마화텅에게 넘겼는데, 마화텅이 입을 열기도 전에 텐센트 그룹 회장인 마틴 라우가 이같이 잘라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CMP)는 25일 "이런 민감한 질문의 배경에는 중국 정부가 자국 인터넷 분야의 절반을 장악한 것으로 알려진 24년 된 소셜미디어·비디오게임 거인인 텐센트를 쪼개고 싶어한다는 이야기에 대한 투자자들의 커지는 우려가 자리한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달 로이터 통신에는 "텐센트를 쪼개는 것은 늘어만 가는 당국의 규제 장벽을 넘어설 수 있는 과격하지만 간단한 방법"이라는 기고문이 실렸다.
SCMP는 텐센트의 기업분할이 진행 중이라는 어떠한 증거도 없지만 중국 당국이 '자본의 비이성적인 확장'을 제한하려는 가운데 텐센트의 비대한 몸집은 당국의 골칫거리이며, 당국의 규제가 계속해서 텐센트의 앞날에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전했다.
당국의 규제가 1년 넘게 이어지면서 텐센트의 작년 4분기 매출 증가세는 2004년 상장 이래 최저를 기록했다.
작년 4분기 매출이 1천442억 위안(약 27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해 상장 이후 처음으로 한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작년 연간 매출도 역대 최저인 16%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 2월 아시아 기업 최초로 1조 달러(약 1천200조)를 넘은 텐센트의 시가총액도 이후 반토막이 났다.
텐센트는 당국의 압박에 납작 엎드린 채 '공동 부유' 정책에 협조한다며 1천억 위안(약 19조원)의 기부를 발표했고, 텐센트뮤직의 글로벌 음반사 스트리밍 독점권을 포기했으며 소셜미디어 위챗의 보안 규정을 정비했다.
창업자 마화텅은 되도록 눈에 띄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당국에 충성을 맹세했다.
마화텅은 지난 1월 당국이 빅테크 경영자들을 소집해 행동 강령에 대해 강의한 후 발표한 성명에서 "따뜻함과 격려를 느꼈다"며 "텐센트는 계속해서 국가와 시대의 요구에 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