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아시아서 러 가스 3위 수입국
가스공사 "직접 거래 안해 문제 안돼"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러시아가 이른바 '비우호국가'에 대해 천연가스 수출 대금을 루블화로만 받겠다고 선언하면서 한국의 러시아산 가스 수입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지 주목된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한국은 아시아에서 일본, 중국에 이어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를 3번째로 많이 수입하는 국가다.
아시아 국가들은 러시아 동부지역 '사할린-2'와 '야말' 프로젝트에서 생산된 LNG를 수입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036460]는 러시아로부터 연간 LNG 200만t을 들여오는데 이는 가스공사 전체 수입량의 약 6%에 해당한다.
가스공사는 그러나 러시아에 직접 송금하는 것이 아니어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할린-2 프로젝트 운영사인 '사할린 에너지'와 구매 계약을 맺었으나, 대금은 싱가포르에 있는 일본 은행에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일본 은행에 지급하고 있기에 현재로선 문제가 되는 것이 없지만,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앞서 지난 2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비우호적인 국가에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팔 때 루블화로만 결제를 받겠다고 밝혔다.
그간 천연가스 대금 결제에는 주로 달러화나 유로화가 사용됐다.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일본, 대만 등이 비우호국 명단에 올랐다.
아시아에서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일본은 러시아의 속내를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일본의 지난해 LNG 수입량 중 9%가량이 러시아산이었다.
스즈키 슌이치(鈴木俊一) 일본 재무상은 최근 국회에서 "(러시아의) 의도가 무엇인지, 러시아가 루블화 결제를 어떻게 강제할 것인지 알 수 없어 관계 장관들과 함께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최대 LNG 수입업체인 발전회사 제라는 사할린 에너지로부터 결제 통화를 변경하라는 통보를 아직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은 자국 통화인 위안화나 비트코인 등으로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결제하는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 CNBC 방송에 따르면 러시아 하원(국가두마)의 파벨 자발니 에너지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터키와 같은 우호국에 대해서는 지급결제 수단을 좀 더 유연하게 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
자발니 위원장은 구체적으로 비트코인이나 해당국 통화가 대안으로 고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푸틴 대통령의 이번 루블화 결제 강제 방침은 루블화 가치를 지지하려는 시도로 보이지만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미국 코넬대 교수는 "제재에 저촉되지 않고서 루블화를 구하는 것이 까다로울 수 있겠지만, 외국 수입업체는 러시아의 수출품을 구매할 때 가치가 떨어지는 통화(루블화)로 기꺼이 지급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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