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 부위와 다른 곳 흉곽 움직여 자유자재로 호흡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보아뱀처럼 독을 갖지 않은 뱀은 먹잇감을 칭칭 감아 숨을 못 쉬게 해 죽인 뒤 통째로 삼킨다.
몸통으로 먹잇감의 숨통을 조이거나 자신의 머리보다 더 큰 먹잇감을 통째로 삼키면 폐를 압박할 텐데 대체 숨은 어떻게 쉬는 것일까?
미국 브라운대학의 연구진이 입체(3D) X선 기술을 이용해 이 의문에 해답을 내놓았다.
영국의 비영리 생물학 출판 조직인 '생물학자 동아리'(The Company of Biologists)에 따르면 브라운대학 박사후 연구원 존 카파노가 이끄는 연구팀은 보아뱀이 먹잇감을 죄거나 소화할 때 압박받지 않는 부위의 흉곽(ribcage)을 움직여 숨을 쉰다는 결과를 '실험생물학 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보아뱀 3마리를 마취한 뒤 몸통의 3분의 1과 절반 정도 되는 곳의 흉곽과 척추에 0.5㎜ 미만의 금속 표지를 부착한 뒤 혈압측정띠의 위치를 바꿔가며 압력을 가해 뱀이 먹잇감을 죄거나 통째로 삼킬 때와 같은 상황을 만들어 X선 촬영을 진행했다.
그 결과, 몸통의 3분의 1 되는 곳에 혈압측정띠를 두르고 압력을 가할 때는 꼬리에 가까운 흉곽을 움직이며 숨을 쉬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다 혈압측정띠를 몸통의 절반 정도 되는 곳에 두르고 압력을 높이면 머리 쪽에 가까운 흉곽을 이용해 숨을 쉬었다.
피가 통하지 않아 산소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도 흉곽을 움직여 공기를 깊이 빨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파노 박사는 이 실험 결과와 관련, "흉곽의 한 부위를 끄고 다른 부위를 켜며 원하는 곳에서 숨을 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뱀이 흉곽 작동 부위를 조절해 숨을 쉴 수 있는 능력을 먹잇감을 죌 수 있게 진화하는 과정이나 그 이전에 습득한 것으로 추정했다.
대형 먹잇감을 삼킬 수 있는 것도 이런 능력이 생긴 뒤에 이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진은 뱀이 흉곽을 조절해 숨을 쉴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면 지금처럼 곳곳에 퍼져 종의 다양성을 유지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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