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입국 '9시간 버스 감금' 진실은?…상의 "공안 탓" 발뺌

입력 2022-03-29 06:31  

베트남 입국 '9시간 버스 감금' 진실은?…상의 "공안 탓" 발뺌
작년 9월 사고 당시 공안에 책임 전가…"막무가내로 이동 막아"
한국대사관 '준비 소홀' 확인…"허가증 없어 단속에 걸려"
고객 및 경영진에도 사실 알리지 않아…논란 예상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지난해 9월 베트남에 특별 입국한 한국인들이 주관사인 대한상공회의소의 실책으로 인해 현지 공안의 단속에 걸려 9시간 동안 차량 안에 갇혔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29일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대한상의(회장 최태원)는 당시 사고는 공안의 막무가내식 단속에 의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실상은 이동 관련 허가증을 구비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9월 2일 오후 5시께 한국인 입국자 14명을 태운 버스가 하노이로 향하던 중 진입 허가증을 보여달라고 요구하는 공안에 의해 이동이 제지됐다.
탑승자들은 2주전 대한상의가 주관한 '백신 트랙'을 통해 입국한 뒤 꽝닌성의 한 호텔에서 2주간 시설 격리를 마치고 하노이로 들어오던 중이었다.
공안은 한국대사관 경찰 영사가 심야에 현장에 도착하자 결국 다음날 새벽 2시께 이동을 허가했다.
당시 탑승자들은 9시간 가까이 버스 안에 갇혀 있었고 저녁 식사도 거르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백신 트랙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한국 기업인들의 격리기간을 기존 4주에서 2주로 단축한 특별입국 절차다.
대한상의는 첫 백신 트랙 성사와 관련해 최태원 회장이 취임 이후 거둔 성과라면서 대대적으로 홍보에 나섰다.
이처럼 기대를 모았던 첫 백신 트랙이 큰 오점을 남기자 대한상의는 모든 잘못을 현지 공안 탓으로 돌렸다.
상의측은 모든 서류를 갖췄는데 공안이 막무가내로 버스 이동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사고는 상의측의 실책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상의가 사전에 하노이시로부터 진입 허가증을 받지 않아 단속에 걸린 것"이라면서 "특히 독립기념일 연휴가 시작되는 날이어서 공안의 단속이 평상시에 비해 철저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사고 현장에 대한상의측 책임자는 없었고 경찰 영사가 수차례 간곡히 요청을 해서 어렵사리 이동허가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상의측에서 연락을 받은 것도 사고 발생 3시간 뒤인 오후 8시였다"면서 "너무 늦게 알려와서 대응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대한상의 특별입국 담당자들은 당시 사고와 관련해 내부 경영진 보고를 미뤘다가 언론 보도를 통해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내부에서 질책을 받았다.
또 경영진을 비롯해 불편을 겪었던 고객들에게도 이동 지연이 준비 소홀로 인한 것이라는 사실도 알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bums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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