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핵 억제력 마비 위험시 사용"…지난 23일엔 "압박시 핵 재앙 급물살"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명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이 또다시 핵무기를 언급했다.
26일(현지시간) 러시아 관영 스푸트니크 통신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대통령과 총리를 지낸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러시아 언론과 인터뷰에서 핵 충돌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전쟁 가능성에 대해 "핵 충돌 위험은 분명히 항상 존재한다"고 말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핵전쟁은 인류와 문명의 존재 자체를 위협한다"면서도 "냉소적이지만 핵무기 개발은 20세기와 21세기의 엄청나게 많은 충돌을 막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나토의 핵무기는 러시아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핵무기는 유럽과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며 "그러므로 책임 있는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이날 러시아 RIA 통신과 인터뷰에서도 자국 기반시설이 공격을 받으면 핵 억제력이 마비될 수 있는 만큼 이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의 주권과 독립을 지키기 위한 결의를 보여주고, 러시아의 독립과 주권을 침해하는 어떤 행위에도 합당한 대가를 치르게 할 준비가 됐다는 사실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핵무기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23일에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러시아를 계속 압박하면 세계는 핵 재앙의 급물살을 탈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대해서도 비난했다.
그는 "지금의 위기가 냉전 시대보다 심각하다"며 냉전 시대에는 러시아의 상대가 러시아를 폭발 직전까지 몰아붙이지 않았고, 산업이나 농업, 개인을 제재하지도 않았다고 스푸트니크에 지적했다.
이어 그는 미국과 러시아가 2010년에 체결한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 스타트)에 서명한 사람들까지 서방이 제재 대상에 올렸다며 "만약 러시아 지도부가 무책임한 태도를 취했다면 뉴 스타트 협정에서 탈퇴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RIA 통신에도 서방의 러시아 제재가 러시아 정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며 "제재는 러시아를 더 공고히 할 뿐 러시아 정부에 대한 러시아 국민의 불만을 야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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