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조달 실패로 컨소시엄도 구성 못해…매출 33배 쌍용차 인수 무리수
채권단·노조 반발도 무산에 한몫…"새 정부의 산업정책 첫 시험대"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최평천 기자 =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003620] 인수가 무산된 데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때부터 우려가 제기됐던 자금조달능력 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인수대금 잔금 납입 기한인 지난 25일까지 계약금으로 지급한 305억원을 제외한 2천743억원을 납부해야 했지만 자금 조달에 실패해 이를 지키지 못하면서 결국 쌍용차 인수는 물거품이 됐다.
이에 에디슨모터스가 매출 규모 면에서 33배에 달하는 쌍용차 인수를 시도했다는 것 자체가 애초부터 무리수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당시 '새우가 고래를 품는 격'이라는 얘기도 나왔었다.
아울러 에디슨모터스가 채권단 및 노조와 계속해서 반목했던 것도 인수의 걸림돌 중 하나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 자금난에 물거품 된 인수의 꿈…에디슨에 쌍용차는 버거웠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은 28일 에디슨모터스가 충분한 자기 자본 없이 외부의 자본으로 쌍용차를 인수하려다가 실패했다며 예견된 사태였다고 입을 모았다.
에디슨모터스는 지상파 방송 프로듀서(PD) 출신인 강영권 회장이 운영 중인 전기버스 생산 전문 업체로, 2020년 기준으로 매출이 897억원 정도다. 이에 반해 같은 해 쌍용차의 매출은 2조9천297억원에 달한다.
매출 규모 면에서도 쌍용차에 턱없이 밀리는 에디슨모터스가 가능성이 희박한 자금 조달 계획으로 인수를 무리하게 고집하다가 결국 이번 사태를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들 때부터 자금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돼왔다.
부채 7천억원에 더해 정상화와 미래투자를 위한 금액이 1조5천억원대까지 예상되는 상황에서 쌍용차 인수금액으로 고작 3천억원 가량을 써낸 에디슨모터스가 지난해 10월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이러한 의심은 더욱 커졌다.
에디슨모터스는 이러한 우려에도 FI(재무적 투자자)인 사모펀드와 개인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유치할 경우 충분히 인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인수를 추진했다. 인수 후 유상증자와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추가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사모펀드 키스톤PE가 투자 계획을 취소하고 컨소시엄에서 탈퇴하면서 자금 조달에 제동이 걸렸다. 또 다른 사모펀드 KCGI도 컨소시엄 탈퇴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투자 방식조차 확정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투자에서 손을 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컨소시엄 구성 자체가 난관에 부딪히면서 인수대금을 지급할 주체도 확정되지 않았고, 지난달 법원에 제출한 회생계획안에도 쌍용차 주식을 취득할 컨소시엄 구성원으로 에디슨모터스와 에디슨EV만 명시됐다.
이런 연유로 에디슨모터스는 인수과정 내내 신뢰할 수 있는 자금 확보 계획을 공개하라는 시장의 압박에 시달려야 했다.
주채권단인 산업은행도 압박 주체 중 하나로, 강 회장이 산은의 대출을 희망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산은은 사업계획에 대한 충분한 입증과 검토를 거쳐 지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부정적 기류 속에 불쾌감까지 드러냈다.
쌍용차 평택공장 부지를 아파트 단지로 개발해 운영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도 쌍용차 정상화가 아닌 부동산 이익을 보려 한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면적 85만㎡의 쌍용차 평택공장 부지는 현재 가치가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평택시는 공장 부지를 아파트단지 등으로 공동 개발한다는 입장에 대해 동의한 바 없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런 여러 복잡한 상황에 더해 가장 중요한 자금 문제까지 해결하지 못하면서 '고래' 쌍용차를 품어보겠다는 '새우' 에디슨모터스의 계획은 결국 좌초됐다.
◇ 채권단·노조와의 갈등도 인수 무산에 한 몫…"새 정부 산업정책의 첫 시험대"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채권단 및 노사와 번번이 갈등을 빚은 점도 쌍용차가 계약을 신속히 해지한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우선 채권단은 에디슨모터스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당시 제시한 인수 대금 3천49억원으로는 회사를 정상화하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어렵다는 판단하에 계속해서 우려를 표해왔다.
특히 지난달 법원에 제출된 쌍용차 회생계획안에 법적 청구가 보장된 회생채권 5천470억원의 1.75%만 현금으로 변제한다는 내용이 담기면서 채권단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채권단은 이러한 변제율은 대출금을 떼먹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새로운 인수자를 찾을 수 있도록 M&A를 재추진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이달 중순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노조와도 지속해서 갈등을 빚어왔다.
에디슨모터스는 본계약 체결 직전 자사 임원을 제3자 관리인으로 선임해달라고 요구하면서 쌍용차와 대립했다. 쌍용차가 기술 협력에 비협조적인 상황에서 운영자금 활용 전에 사전협의를 해야 한다며 제3자 관리인 선임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쌍용차는 경영 개입이라고 강력히 반발했고, 상거래 채권단과 노조 역시 에디슨모터스의 관리인 선임 요구를 반대했다.
노조는 또 에디슨모터스가 운영자금을 지원하면서 디자인 변경과 코란도 이모션 주행거리 개선으로 사용처를 제한한 데 대해 운영자금 용도는 자재비, 인건비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이에 채권단에 이어 쌍용차 노조도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과의 M&A를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의견서도 법원에 제출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미 예상했던 시나리오이고, 결과적으로 에디슨모터스가 돈을 못 구해 손을 뗀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인수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쌍용차 문제가 새 정부 산업정책의 첫 시험대가 됐다"고 말했다.
◇ 에디슨모터스의 미래는…계약금 305억원 두고 소송 가능성도
에디슨모터스는 계약자 지위보전 가처분신청을 통해 계속해서 쌍용차 인수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실화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또 쌍용차의 계약 해지 사유가 에디슨모터스의 인수대금 미납이어서 에디슨모터스는 계약금 305억원도 돌려받지 못할 전망이다.
쌍용차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인수한 관계사 에디슨EV도 최근 4개 사업연도 연속 영업손실이 발생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위기라 에디슨모터스의 경영상 어려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의 계약 해지는 일방적인 통보라고 반발하는 상황이라 두 회사가 계약금 반환을 두고 소송전을 벌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에디슨모터스 입장에선 쌍용차 인수 타진으로 에디슨EV의 주가가 크게 올라 인수가 무산되도 손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면서 "쌍용차가 에디슨모터스 외에는 마땅한 방법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더 타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viv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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