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말소 몰린 HDC현산 '당혹'…업계는 "처벌 위주 대책 우려"

입력 2022-03-28 12:24   수정 2022-03-28 15:03

등록말소 몰린 HDC현산 '당혹'…업계는 "처벌 위주 대책 우려"
등록말소되면 동아건설 이후 25년만…업계 "하도급·입주자 피해 등 파장 클 것"
"사망사고 발생 때마다 등록말소는 과해" vs "부실시공 관행 근절 도움"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홍국기 기자 = 국토교통부가 28일 건설 현장의 부실시공 근절 방안으로 부실공사로 일정 기준 이상 인명사고를 낸 업체에 대해 등록말소 처분을 내리는 '원·투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키로 하자 건설업계는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대책"이라며 우려를 쏟아냈다.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으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것과 별개로 안전사고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데 이럴 때마다 등록말소가 이뤄지면 기업 자체가 존립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국토부의 강경한 처벌 의지에 따라 광주에서 잇달아 대형 붕괴사고를 내 등록말소 위기에 몰린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은 크게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내부에선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토부는 이날 지난해 광주 재개발 철거현장 붕괴사고와 올해 초 광주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사고를 일으킨 현대산업개발에 대해 사실상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 처벌인 등록말소 처벌을 내려줄 것을 관할 관청인 서울시에 요청했다.
최종 처벌은 서울시가 내리지만 결과적으로 법을 운영하는 당국이 '처벌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다.
만약 현대산업개발이 등록말소를 당할 경우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를 낸 동아건설산업에 대해 정부가 1997년 건설업면허 취소 처분을 내린 이후 25년 만에 첫 사례가 된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처벌을 받는 입장에서 특별히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으나 내부적으로는 국토부의 강경한 태도에 대한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건설업계도 걱정스러운 반응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중인 상황에서 부실시공에 대한 처벌 수위도 전례 없이 높을 경우 건설산업에 미치는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며 "임직원은 물론 지역 하도급 업체 등에 미치는 사회적 파장도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등록말소 처분은 단순히 현대산업개발이 사라지는 데 그치지 않고, 그로 인해 하도급 업체와 다른 공사 현장 및 아파트 입주 예정자 등의 피해가 도미노처럼 확산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당장 학동과 화정아이파크 입주 예정자에 대한 피해보상이 제대로 이뤄질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이날 공개한 부실시공 근절 방안에 대해서는 긍정과 부정적인 반응이 엇갈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그간 고질적인 업계의 관행을 바로 잡고 원칙에 충실한 공사 수행을 유도하고 정착시키겠다는 정책 당국의 의지는 긍정적"이라며 "부실시공 사고에 대한 무관용 원칙이 제시된 것은 추후 관련 사례가 누적되면서 건설업계의 관행에 변화를 가져올 것을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인 시도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강력한 처벌 기준이 마련되면 건설사들의 부실시공 관행도 현격히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건설사들은 처벌 위주의 정부 대책이 건설산업을 위축시킨다며 반발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과 별개로 국토부는 현재 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발주자, 설계자, 시공자, 감리자 등을 형사처벌 할 수 있도록 한 건설안전특별법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부실시공으로 사망사고를 낸 업체에 대해 등록말소를 내리는 새로운 '원·투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지금도 수많은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있듯이 건설사가 아무리 안전에 예산을 투입하고 현장 관리에 집중해도 현실적으로 100% 사고 발생을 막기는 어렵다"며 "중요한 것은 사고가 났을 때 발주자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 충실히 따져보는 것인데 원·투스트라이크아웃과 같은 제도는 건설사의 노력이 아닌 징벌적 처벌에만 집중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건설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안전 시스템을 보강하는 등 근본적인 대안을 찾고 있지만 현장 근로자들의 마인드가 따라오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며 "건설사만 처벌하면 근로자들의 실수를 완전히 막을 수 있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최수영 연구위원은 "건설사고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고 원인 제공 주체도 수없이 많다"면서 "통상 건설현장에 매년 1건 이상 일반인 3명 또는 근로자 5명이 사망하는 인명사고가 발생하는데 이런 경우 원청사나 하도급사를 모두 등록말소 시키면 건설산업 자체에 미치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관계자도 "원도급사뿐만 아니라 하도급사까지 원·투스트라이크 제도를 적용하는 것은 과도한 처벌로 보인다"며 "정부의 안전강화 정책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건설산업의 발전을 차단하는 징벌적 처벌은 재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sms@yna.co.kr, redfla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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