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정책'에 비판 고조…연임 도전 포기 관측도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중국과 국제사회 사이에서 코로나19 방역 딜레마에 빠졌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람 장관은 전날 홍콩의 친중 정치인들과 기업인 등이 참여한 화상 회의에서 홍콩이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중국의 기대와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익을 충족시키는 것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다고 말했다고 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회의 참석자들을 인용해 29일 보도했다.
람 장관은 국제금융허브 홍콩이 강제 검사, 도시 봉쇄 등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과 국제사회의 '위드 코로나' 흐름 사이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임을 토로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람 장관은 회의에서 홍콩의 딜레마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며 홍콩의 코로나19 상황이 진전되면 중국 본토와 격리 없는 왕래를 허용해줄 것을 중국 정부에 촉구해 달라고 참석자들에게 요청했다.
람 장관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아래 홍콩은 중국에서 가장 국제화된 도시"라며 국경 개방 확대를 위해 참석자들이 역할을 해 달라고 부탁했다.
지난해 말까지 2년간 코로나19 누적 감염자가 1만2천명대였던 홍콩은 올 1월 오미크론 변이와 함께 코로나19 5차 확산이 시작하면서 두달 반 만에 감염자가 100만명 넘게 발생하며 사회적으로 큰 혼란에 휩싸였다.
그 사이 홍콩 정부는 740만 전 시민 대상 강제 검사를 한다고 했다가 두 차례에 걸쳐 검사의 연기, 보류를 발표했고 도시 봉쇄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외국인의 엑소더스가 벌어졌다.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숱한 주거지 봉쇄 검사에도 인구 대비 코로나19 사망자가 세계 최고 규모로 발생하는 등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불안감과 불편만 커지자 홍콩 정부의 오락가락 방역 정책에 대한 불만은 고조됐다.
최근에는 한 친중 정치인이 람 장관이 방역에 실패했다며 불신임안 발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달 초 6만명에 육박했던 신규 환자가 지난 26일을 기점으로 1만명 아래로 떨어지면서 정점을 지났다는 분석이 나오자, 홍콩 정부는 다음달 1일부터 미국과 영국 등 9개국발 여객기의 운항 금지를 해제하고 입국자의 호텔 격리 기간을 7일로 단축한다고 발표했다.
람 장관은 전날 회의에서 방역 정책 완화와 관련해 한 대형 민간 회사 CEO가 호평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여전히 외국 기업들은 홍콩이 격리 규정 등 방역 정책을 더 완화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홍콩이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지 않으면 많은 외국 기업이 아시아본부를 홍콩에서 다른 지역으로 옮기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한편, 홍콩 정부가 코로나19로 연기한 행정장관 선거를 예정대로 5월 8일 실시한다고 밝힌 가운데 람 장관이 연임 도전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람 장관이 지난 26일 코로나19 브리핑에서 "향후 방역 정책은 차기 행정부가 결정할 것"이라고 한 발언을 둘러싸고 일각에서는 그가 연임에 도전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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