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러시아, 협상에서 뭘 양보할까…기류변화 감지

입력 2022-03-29 14:08   수정 2022-03-29 21:20

[우크라 침공] 러시아, 협상에서 뭘 양보할까…기류변화 감지
러시아군 "동부 돈바스에 집중:"…FT "러, 우크라이나 탈나치화 포기"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이 전장에서 예상과 다르게 고전하면서 이들의 '전쟁 목표'가 바뀌고 있다는 기류가 포착된다.
러시아가 지난달 24일 전쟁을 일으키면서 내세운 목표는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와 '탈나치화', 그리고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주민의 보호였다.
비무장화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군사 지원 금지와 정규군의 무장에 대한 러시아의 개입을 뜻한다.
탈나치화는 우크라이나 내의 극우 민족주의 세력을 제거하는 일로, 나토와 유럽연합(EU)에 가입하려 하는 우크라이나의 친서방 현 정부를 교체하는 뜻으로 해석됐다.
전쟁 발발 이틀 뒤인 지난달 26일 러시아 관영매체 리아노보스티는 "크렘린궁은 신속하고 손쉬운 작전을 원한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 되돌아왔다"라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무력으로 쉽게 제압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실제 전쟁이 시작되면서 러시아군은 보급에 문제가 생겼고 우크라이나군이 강하게 저항하면서 '신속하고 손쉬운 작전'이라는 목표에 차질이 빚어졌다.
서방의 일치된 경제 제재와 전비 소모로 자국 경제가 파괴적 손실을 볼 가능성이 커지면서 러시아 역시 군사 작전과 동시에 협상 테이블을 무시할 수 없는 형편이다.
지금까지 네차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협상했으나 아직 이견이 좁혀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협상장 주변에선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러시아 역시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러시아군 총참모부 제1부참모장 세르게이 루드스코이는 25일 기자들에게 전황과 관련 "'1단계 작전'은 대부분 이행했다"며 "러시아군은 돈바스 지역의 완전한 해방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미하일 미진체프 국가국방관리센터 지휘관(중장급)도 "키이우(키예프)는 목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발언 뒤 우크라이나 전체를 비무장화하고 정권을 교체하겠다는 '개전 선언'과 비교하면 목표가 수정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28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돈바스)에 역량을 집중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신호"라고 해설했다.
영국 매체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푸틴이 처음부터 돈바스로 전쟁을 한정했으면 서방을 분열시키고 징벌적 조처(제재)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은 아이러니"라며 "(전면전을 감행한) 러시아는 지금 마리우폴과 경제 중 하나를 마지못해 선택해야 할 처지"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 협상 관계자 4명을 인용해 "러시아는 더는 탈나치화를 주장하지 않는다"라고 보도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이 신문은 이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포기하고 군사적 중립국화를 유지하는 대가로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보장하고 유럽연합(EU) 가입을 허용할 의사를 밝혔다"라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협상 관계자들은 논의 중인 휴전협정 초안에는 러시아 측의 초기 핵심 명분인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 비무장화,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어 사용을 위한 법적인 보장 등과 관련된 조건은 들어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측 역시 나토 가입 포기, 중립국화, 돈바스 지역의 지위에 대한 협상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협상 타결에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속단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독일 싱크탱크 SWP의 사빈 피셔 연구원은 "푸틴이 우크라이나 정권을 교체하겠다는 생각을 아직 포기했다고 보지 않는다"라며 "전쟁의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러시아의 발표는 키이우에서 방어 병력을 끌어내려는 술책이다"라고 경고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27일 "지금까지 협상에서 큰 진전 사항은 없으며, 현재로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회담도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songb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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