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물량 100% 매입하면서 10%만 팔겠다는 것은 거짓말"
"공제조합 도입 등 추진…신뢰회복 위한 시간 필요" 요청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점이 생기면서 동네 빵집이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이후 원래 6천원 하던 롤케이크의 가격이 1만3천원으로 올랐습니다. 중고차 시장도 대기업이 들어와 독과점하면 결국 소비자에게 피해가 갈 것입니다."
중고차 매매업자 단체인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연합회)의 최육식 대구시 조합장이 29일 완성차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비판하면서 한 말이다. 그는 "현재 상황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와 같다"고 토로했다.
연합회는 이날 오후 서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기아차가 중고차 매매업에 진출하면 자동차 산업의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라며 "현대·기아차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을 결사반대한다"고 밝혔다.
중소벤처기업부가 관할하는 '중고차판매업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는 앞서 지난 17일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시장 진출이 가능해졌다.
장남해 연합회장은 이에 대해 "대기업의 시장 진출로 얻는 긍정적 효과보다는 자동차산업 생태계 파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더 클 것"이라며 "관련 산업 종사자 약 30만명의 일자리를 빼앗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연합회는 완성차 업계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 결국 독과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조병규 전남조합장은 "신차를 구매하는 고객의 약 70%는 이미 다른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현대·기아차는 신차 가격 할인 등의 혜택을 내세워 자사 고객의 중고차를 사실상 전량 사들일 자본력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압도적 점유율을 고려하면 결국 국내 중고차 물량의 대부분을 이들이 매입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조 조합장은 "현대·기아차는 중고차 시장 점유율을 10% 이하로 자체 제한하겠다는 입장인데 그러면 매입량도 10% 수준으로 제한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욱이 현재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점유율을 집계하고 감시할 체계도 없다"며 "고양이한테 생선을 10마리 맡겨두고 하루에 1마리만 먹으라고 얘기하는 상황"이라고 비꼬았다.
연합회는 현대차[005380]가 구매 후 5년, 주행거리 10만km 이하의 '인증 중고차'만 판매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는 "수요가 큰 '알짜배기' 물량을 전부 가져가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사실상 신차나 다름없는 중고차 물량을 영세 매매업자들이 팔고, AS가 더 필요한 나머지 차량을 기술력 있는 완성차 업계가 팔면 되지 않느냐"면서 "소비자도 5년, 10만㎞ 이상의 차를 현대차가 맡아주길 바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회는 또 완성차 업계의 시장 진출로 허위·미끼 중고차 매물이 근절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중고차 범죄는 정부가 단속할 수 있다"면서 "중고차로 사기를 벌이는 이들의 대다수는 중고차 시장과 무관한 사람이며 중고차를 사기의 매개물로 이용할 뿐이다. 이런 범죄는 정부, 지자체, 사법기관이 단속하면 해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중고차 업계의 신뢰 회복을 위한 자정 노력의 일환으로 ▲ 6개월·1만㎞ 이내 차량 품질보증 서비스 제공 ▲ 중고차 매매공제조합 도입 ▲ 중고차 전산 체계 고도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장 회장은 "연합회 내부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자성'"이라며 "그간의 잘못된 거래 관행에서 벗어나고 소비자 후생을 위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체계를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중고차 매매업계는 중고차 시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대기업과 공정하게 경쟁할 힘을 기를 시간이 필요하다"며 "현재 현대차 측과 자율조정 작업을 진행 중인데 진출을 3년 정도만 유예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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