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이 29일(현지시간) 모로코에서 아랍에미리트(UAE) 실권자인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를 만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중동 순방 2번째 목적지로 모로코를 방문한 블링컨 장관은 라바트에서 빈 자예드 왕세제와 만나, 석유 증산과 이란 문제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관해 이견 조율을 시도한다.
통상 미국 고위관리의 중동순방 일정은 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지역 우방국을 중심으로 진행돼 왔다.
그러나 이번 일정은 걸프 지역을 건너뛰고 이스라엘에 이어 북아프리카의 모로코, 알제리 순으로 짜였다.
이같은 중동 순방 일정의 배경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중국과 갈등에 이어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중동이 미국 외교·안보의 우선순위에서 뒷순위로 밀려났다는 관측이 잇따르는 가운데, 중동 우방국과 미국의 갈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UAE는 지난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 유엔 안보리 결의안 투표에 기권했고,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과 글로벌 물가 상승을 우려하는 미국의 석유 증산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사우디와 마찬가지로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반군 후티의 주요 표적이 된 UAE는 최근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과 정상외교를 복원하면서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기도 했다.
이에 따라 아부다비가 아닌 모로코에서 UAE 실권자를 만나는 블링컨 장관이 이런 갈등을 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 관리들은 블링컨 장관이 이번에 이란, 예멘, 글로벌 에너지 시장 상황, UAE와 시리아의 화해 등 최근 현안을 논의하면서 UAE와 사우디의 중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앞서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에서 열린 '네게브 서밋' 행사에서도 이란이 절대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고, 이란이 우방을 위협할 경우 계속 맞설 것이라며 중동 내 우방 달래기에 주력했다.
또 블링컨 장관은 석유 증산 요청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로이터는 내다봤다.
이와 함께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 안보리 투표에 불참했던 모로코를 달래기 위한 제스처도 취했다.
블링컨 장관의 모로코 방문과 관련해 미 국무부는 성명에서 중동의 평화와 안정에 모로코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서사하라 영유권 분쟁에서 모로코의 '자치 계획'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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