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정치와 선긋는 행보 보이다 전쟁 터지자 '중재자'로 깜짝 등판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에서 러시아 신흥재벌(올리가르히)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막전막후에서 수시로 등장하면서 그가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 이목이 쏠린다.
2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 올리가르히의 상징적 인물인 그는 잉글랜드 프로축구단 첼시의 구단주로도 유명한데, 최근 몇년 간 문화, 스포츠 행사 위주로만 모습을 드러낸 채 정치와는 선을 긋는 듯한 행보를 고수해왔다.
그러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협상이 진척되면서 러시아 대표단의 분과위원으로 이름을 올리더니 29일 터키에서 열린 5차 협상에선 예고 없이 깜짝 등장해 협상가로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런 행보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온다.
우선 아브라모비치의 모계가 우크라이나 쪽인 점 등으로 볼 때 그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비밀 특사'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우크라이나 대표단 중 한 인사에 따르면 아브라모비치는 자신을 '중립적 중재자'라고 소개해왔으며, 자신의 주된 역할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진솔한 언어'로 우크라이나 입장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내세웠다고 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한 측근도 아브라모비치가 중재자로 나선 것으로 본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이런 분위기로 볼 때 우크라이나에서는 아브라모비치가 '푸틴의 귀'이자 핵심 중재자로 비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아브라모비치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과 키이우에서 비공식적으로 두차례 만났다는 소문도 돈다.
특히 공식적인 경로보다는 비밀 창구를 선호하는 푸틴 대통령의 성향을 고려하면 아브라모비치에게 주어진 역할이 생각보다 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러시아 한 언론인은 "푸틴은 공개적으로 나온 것은 어떤 것도 믿지 않는다. 그는 비공식 경로를 물색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푸틴 특사설'에는 아브라모비치가 29일 터키에서 열린 5차 협상장에 등장해 그 직전 불거진 '독극물 중독설'에도 건재함을 과시하면서 더욱 힘이 실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자 기사에서 아브라모비치가 우크라이나 협상단 일부와 함께 지난 3일 키이우에서 열린 3차 협상 직후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였다고 보도했다.
특히 아브라모비치는 당시 몇 시간 동안 시력을 상실할 정도로 타격을 받았다고 WSJ은 전했다.
미국은 이같은 상황이 '환경적 요인' 때문일 수 있다고 반박했고, 러시아도 가짜 뉴스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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