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76일→상하이 4일…중국 코로나 봉쇄모델 어떻게 변해왔나

입력 2022-03-30 12:39  

우한 76일→상하이 4일…중국 코로나 봉쇄모델 어떻게 변해왔나
'제로코로나' 위한 장기봉쇄서 단기 '감염자 식별' 전환…방역과 경제 사이 고심
실패로 끝났지만 상하이서 첫 '정밀방역' 실험도…"당대회까진 제로코로나"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2020년 '우한 사태' 이후 최악의 코로나19 확산에 직면한 중국이 인구 2천500만명의 '경제수도' 상하이를 동·서 두 지역으로 나눠 4일씩 차례로 봉쇄 중이다.
중국은 그간 특정 지역에서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 현상이 본격화했다고 판단하면 도시 전체를 멈춰 세우는 대규모 봉쇄를 단행해 '제로 코로나' 목표를 실현하곤 했다.
다만 '코로나 시대'가 3년째에 접어든 가운데 방역과 경제라는 상충된 정책 목표 사이에서 중국 당국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2020년 우한에서 76일간이나 이어졌던 도시 봉쇄 기간이 상하이에서 가장 짧은 4일까지 단축된 데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도시 봉쇄가 경제에 끼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중국 당국의 속내를 엿볼 수 있다.

◇ 중국식 코로나 제로의 기원, 우한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중국식 도시 봉쇄 모델은 지난 2020년 우한 사태를 통해 기본적으로 형성됐다.
코로나19라는 미지의 질병이 확산하면서 불안이 커진 가운데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2020년 1월 23일 인구 1천100만명의 우한을 비롯한 후베이성 전체를 타 지역과 완전히 격리하고 대부분 주민을 집에만 머무르게 하는 인류 역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고강도 도시 봉쇄에 들어갔다.
이렇게 시작된 격리는 그해 4월 7일까지 장장 76일간 이어졌다.
우한에서 정립된 중국식 봉쇄의 핵심은 ▲ 의료·공안·전기·수도 등 핵심 공공 분야 및 택배·배달 등 사회 필수 서비스 분야 종사자를 제외한 전 주민의 자택 격리 ▲ 주민 이동 차단을 위해 공무원과 지역 봉사자들을 동원한 식료품 등 생필품의 가정 배달 ▲ 반복적인 코로나19 전수 검사 ▲ 타 지역 의료진 대규모 투입 ▲ 체육관 등을 활용한 대규모 임시 의료시설 마련 등이다.

코로나19 초기 유럽과 미국 등 세계 여러 도시에서도 '락다운'이라고 불리는 봉쇄 조치가 일부 취해지기는 했다. 그러나 대부분 지역에서 식품 등 생필품을 사기 위한 최소한의 외출이 허용되는 등 중국식 도시 봉쇄 정책과는 실질적으로 차이가 많았다.
중국에서 극단적 도시 봉쇄 정책이 넓은 지역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었던 데에는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의 체제 특성이 크게 작용했다.
미국, 유럽 등 서방 선진국들에서 공공장소 내 마스크 착용 문제를 놓고도 사회적 이견이 표출됐지만 당과 국가의 권력이 개인의 권리를 압도하는 중국에서는 이런 논란 없이 당국이 밀어붙이는 봉쇄 정책이 비교적 순조롭게 집행될 수 있었다.
물론 이런 봉쇄 조치가 늘 순조롭게 작동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우한 봉쇄 기간 자택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숨진 이들도 적지 않았고 식품 등 생필품 부족으로 고통받는 이들도 많았다.
훗날 세계적 베스트 셀러가 된 '우한일기'의 작가 팡팡 같은 이들이 다수를 위해 희생을 강요당한 소수의 고통을 비추기도 했지만 강력한 언론 통제 속에서 중국의 주류 여론은 공산당 선전부의 관리하에 있는 관영 매체들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이후 중국은 코로나19가 산발적으로 확산하는 지역에 '우한 모델'을 복제해 적용함으로써 코로나19를 비교적 효과적으로 막아왔다.
대표적으로 2021년 1월에는 인구 1천만명의 허베이성 스자좡이 3주간, 지난 겨울에는 인구 1천300만명의 산시성 시안이 33일 동안 봉쇄됐다.

◇ 전선 무차별 확대…오미크론에 시험대 오른 중국식 제로 코로나
하지만 올해 전염력이 높은 오미크론 변이가 중국에 본격 유입돼 '제로 코로나' 정책이 근본적 도전을 받으면서 중국의 도시 봉쇄 모델에도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오미크론 변이 유입으로 '코로나 전선'이 무차별적으로 확대된 것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중국 당국은 코로나19가 유입된 특정 도시를 강력하게 차단하는 방식으로 나라 전체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하루 수천명씩 신규 감염자가 발생하는 상황은 중국이 '우한 사태' 이후 처음 겪는 일이다.
3월 이후에만 중국 31개 성급 행정구역 거의 모든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오미크론 변이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어 과거와 같은 엄격한 기준대로라면 봉쇄 구역을 전국적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대해야 한다.

중국 당국이나 관영 매체들이 정확한 통계를 발표하고 있지 않지만 이미 3월 코로나19 감염 파도의 양대 핵심인 상하이와 지린성을 중심으로 중국 곳곳에서 봉쇄 상태에 있는 주민이 줄잡아 수천만명에 달하는 상황이다. 29일 중국 내 코로나19 신규 감염자는 8천655명으로 또 우한 사태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 도시 봉쇄 기간이 크게 단축되는 것은 주목할 만한 변화다.
첫 사례는 중국의 '기술 허브'인 선전에서 나타났다. 인구 1천700만명의 초거대 도시인 선전시는 지난 18일부터 닷새간 도시 전체를 봉쇄하고 전 주민을 대상으로 코로나19 확진 검사를 진행하면서 코로나19를 확산세를 어느 정도 꺾는 데 성공했다. '제로 코로나' 실현까지는 못 갔지만 많을 때 하루 수백명을 넘던 선전의 일일 신규 감염자는 29일 8명까지 줄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중국의 '4대 도시'의 봉쇄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선전은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 세계적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 등 첨단 기술기업을 품은 '기술 허브'로 중국 경제에서 특히 중요한 도시여서 봉쇄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매우 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는데 전면 봉쇄가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끝나면서 충격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선전보다 규모가 더 큰 상하이도 총 8일간 봉쇄에 들어갔지만 도시를 절반씩 나눠 순환식으로 진행돼 실질 봉쇄 기간은 4일로 볼 수 있다.
짧아도 한 달 가량 이어지던 도시 봉쇄 기간이 일주일 미만으로 감소한 것은 중국의 '제로 코로나' 눈높이가 낮아졌음을 보여준다.
기존의 우한식 도시 봉쇄는 크게 주민 전수 검사를 통한 코로나19 확진자 걸러내기와 장기간에 걸친 엄격한 주민 자가 격리를 통한 감염 사슬 끊어내기라는 두 가지 보건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한 것이었다.
이에 비해 선전과 상하이 단기 봉쇄는 전수 검사를 통한 감염자 선별 작업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이어서 전과 비교하면 '절반의 봉쇄'라고 볼 수도 있다.

◇ "中정책 결정자들, 순간적 봉쇄가 더 낫다 판단"

중국 당국이 방역 정책에 일부 변화를 도모한 데에는 무엇보다 경제 걱정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경제에서 특히 중요성이 큰 선전이나 상하이와 같은 '1선 도시'에서 잇따라 우한식 장기 전면 봉쇄를 적용했을 때는 그 충격이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특히 중국은 올해 시진핑 국가주석의 '대관식'이 될 가을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부동산 침체 지속, 우크라이나 전쟁 등 안팎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 5.5%가량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해 민심을 안정시켜야 할 필요성이 절실한 상황이다.
시 주석은 지난 선전 봉쇄가 진행 중이던 17일 "방역과 경제 발전을 종합적으로 추진, 가장 적은 대가를 치르고 가장 큰 방역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함으로써 전염병이 경제사회 발전에 끼치는 영향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초 선전 봉쇄는 7일간 진행될 예정이었는데 시 주석의 이 발언이 나오면서 이틀이 줄어들었다.
비록 이번에 단기 봉쇄 전략으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상하이가 중국 일반 국민들의 거센 비판 속에서도 도시를 격자 모양의 좁은 지역으로 나눈 뒤 감염자 발생 지역을 중심으로 '정밀 방역' 실험을 꿋꿋하게 진행했던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상하이시의 일일 신규 감염자는 지난 13일 100명을, 19일에는 500명을 넘어섰다. '도시 봉쇄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던 상하이시는 일일 신규 감염자가 2천명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된 26일 밤에서야 8일간의 '순환 봉쇄' 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우한, 스자좡, 시안, 선전 등 다른 인구 1천만 이상 대도시들이 일일 감염자가 적게는 수십명, 많아도 100명 이상이 되는 지역사회 감염 초기 단계에서 도시 전면 봉쇄에 들어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상하이의 도시 전면 봉쇄 시작 시점은 이례적으로 느렸다.
강력한 중앙집권 체제에서 지방 책임자들이 '보신' 차원에서 경제보다는 방역을 중심으로 도시 관리 정책을 펴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최고 지도부의 '암묵적 허가'가 없었다면 상하이가 이 같은 초유의 '열린 방역' 시험에 나설 수는 없었다는 것이 중국에서 정설로 통한다.
전문가들은 거친 도시 봉쇄 모델을 고수하고 있는 듯한 중국에서 엿보이는 이런 미묘한 변화에 주목하면서도 중국이 코로나19 대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우려해 적어도 시 주석의 장기 집권 시대 개막을 알릴 20차 당대회까지 '제로 코로나'를 고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래리 후 맥쿼리증권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상하이 봉쇄 상황과 관련해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상하이 중국) 정책 결정자들이 오미크론에 맞서 순간적인 봉쇄를 더 나은 전략으로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상하이 봉쇄는 중국이 적어도 올해 가을 당 대회까지는 제로 코로나를 고수할 것임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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