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집행위 "회원국 가스공급상황 악화 대비"…그리스도 비상 대응회의
(베를린·로마·서울=연합뉴스) 이율 전성훈 특파원 박의래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여파로 독일이 가스 비상공급계획 조기경보를 발령했다.
러시아가 오는 31일부터 가스 결제 대금을 자국화폐인 루블화로 받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가스공급이 제한되거나 끊길 가능성에 대비한 조처다.
폴란드는 올해 말까지 러시아에서 석유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부 장관은 30일(현지시간) 가스 비상공급계획 '조기 경보'를 발령했다고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 등이 전했다.
하벡 부총리는 "현재로서는 공급에 난관이 없다"면서 "그럼에도 우리는 러시아측의 조처가 심화할 가능성에 대한 대비조처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조치가 조기·비상·위급 등 3단계 경보 중 첫 번째 단계이며 가스 공급 점검을 강화할 비상대책팀을 신설한다고 말했다.
당국자들과 에너지공급업체로 구성되는 비상대책팀은 공급상황을 분석, 평가해 공급안정을 강화하기 위해 추가적 조처가 필요한지 판단한다.
하벡 부총리는 주요 7개국(G7)과 유럽연합(EU)의 거부에도 러시아가 가스 판매 시 루블화로 결제하도록 한 법안을 통과시켜 이 같은 예방적 조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유럽이 가스 대금 루블화 결제를 거부하면 가스 공급 중단으로 이어질 것이라 경고한 바 있다.
하벡 부총리는 "산업계와 개별 가구의 모든 가스소비자는 (가스공급 악화에 대비해) 가스 사용을 가능한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리스 정부도 러시아가 가스대금을 루블화로 결제하도록 요구한 데 대한 대응 방안을 찾고자 이날 에너지 규제 당국과 최대 가스·전기 공급업체 대표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회의를 한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에너지 당국은 이 자리에서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중단하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 모든 가능한 시나리오를 점검할 예정이다.
그리스는 연간 가스 소비량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한다.
일단 현재는 가스 공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독일처럼 가스공급 비상 경보를 울릴 단계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는 연말까지 러시아에서 석유 수입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이날 발표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폴란드는 이미 러시아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줄였다"면서 "석유 수입을 전면 중단하는 조처는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고 있는 유럽내에서 가장 급진적인 조처"라고 말했다.
폴란드는 전날 러시아 석탄에 대한 수입을 금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가스 수입도 오는 5월에 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폴란드는 러시아의 공급으로부터 독립적이 되기 위해 이같은 조처를 취한다"면서 "러시아는 석유와 가스 수출로 벌어들인 돈을 전쟁을 가속화하는 데 쓰고 있는 만큼, 다른 EU 회원국들도 러시아 화석원료 수입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러시아로부터 가스 공급이 악화될 가능성에 회원국과 긴밀한 협조 아래 대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프란스 팀머만스 EU 기후정책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어떤 사례에도 대비가 돼 있다"면서 "회원국과 긴밀히 협조해 어떤 상황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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