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독일에 "가스대금 유로 결제 가능"…"타협 희망 보여"(종합2보)

입력 2022-03-31 09:49  

푸틴, 독일에 "가스대금 유로 결제 가능"…"타협 희망 보여"(종합2보)
하벡 독일 경제장관 "러 발표, 전체적으로 명확지 않아"
FT "가스프롬은행 통해선 계속 유로화 받겠다는 뜻"


(모스크바·베를린=연합뉴스) 유철종 이율 특파원 = 독일 정부는 30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올라프 숄츠 총리에게 유럽이 러시아 가스대금을 루블화가 아닌 유로화로 계속 결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슈테펜 헤베슈트라이트 독일 정부 대변인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푸틴 대통령이 숄츠 총리에게 유럽의 다음 달 결제는 유로화로 계속 이뤄질 것이고, 그동안 해왔던 대로 제재의 영향을 받지 않는 가스프롬 은행으로 송금될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요청으로 이뤄진 통화에서 내달 1일 이후 가스공급은 루블화로 결제해야 한다는 법령을 공포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유럽 계약상대방에게는 아무것도 바뀌는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독일 정부 대변인은 전했다.
이후 가스프롬 은행은 유로화를 루블화로 환전할 것이라고 푸틴 대통령은 설명했다.
숄츠 총리는 이날 통화에서 이같은 절차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절차를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문서로 된 정보를 요청했다고 정부 대변인은 설명했다.
에너지 공급대금은 계약서에 적혀있는 대로 오로지 유로화나 달러화로 결제한다는 주요7개국(G7)의 합의는 그대로 유효하다고 정부 대변인은 강조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이 명확하게 가스대금을 유로화로 계속 결제해도 된다고 언급한 것인지 확실치 않아 보인다.
이날 가스 공급 관리 비상계획을 발동한 로베르트 하벡 부총리 겸 경제장관은 "현재 상황을 이해하기가 어렵다"며 "러시아의 발표는 전체적으로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ZDF TV에 출연해선 "러시아가 가스 대금을 루블화로 지불하지 않으면 가스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위협을 철회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즉각적이거나 신속하게는 아니지만 그런(위협 철회한다는) 첫 신호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독일은 어떤 혼란에도 대비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며 가스대금 지급 문제로 가스 공급에 타격이 발생하면 전력 배급을 시행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이 숄츠 총리와 통화에서 밝힌 것은 가스 대금이 EU의 제재 대상이 아닌 가스프롬은행을 통해 이뤄지는 한 유로화 결제도 가능하다는 의미라며 이는 타협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U 관리들과 러시아 측이 기업들이 중앙은행에서 루블화를 매입하지 않아도 되는 유로-루블 스와프 메커니즘을 논의하고 있는데, 가스프롬은행을 이용하면 유로화를 이용한 거래가 가능하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어느 쪽도 거래를 중단할 준비가 돼 있지 않기 때문에 양쪽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숄츠 총리와 전화통화에서 독일 등으로 수출하는 러시아 가스 대금을 루블화로 결제받기로 한 결정에 관해 설명했다고 크렘린궁이 밝혔다.
크렘린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결제 방식 변경이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국제법 규정을 위반하면서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화 자산을 동결한 데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고 소개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 같은 결정이 러시아 가스를 수입하는 유럽 기업들에 대한 계약 조건 악화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이날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와도 전화 통화를 했다고 크렘린궁이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드라기 총리의 요청으로 이뤄진 통화에서 이탈리아를 포함한 여러 국가로 수출하는 천연가스 결제 대금을 루블화로 전환하기로 한 결정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cjyo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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