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이 아랍에미리트(UAE) 실권자인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와 양국이 이견을 보여온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30일(현지시간)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중동 순방의 마지막 방문지인 알제리에서 기자들을 만나 전날 모로코 수도 라바트에서 진행된 빈 자예드 왕세제와 면담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빈 자예드 왕세제와 대화의 초점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란 핵 합의, 시리아 상황 등에 맞춰졌다고 설명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에너지 시장에 충분한 공급이 지속해서 이뤄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며 "그러나 우리는 에너지 문제에 특별히 초점을 맞추지는 않았다"고 부연했다.
UAE는 지난달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규탄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 투표에 기권했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유가 급등과 글로벌 물가 상승을 우려하는 미국의 석유 증산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사우디와 마찬가지로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반군 후티의 주요 표적이 된 UAE는 최근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과 정상외교를 복원하면서 미국의 심기를 건드리기도 했다.
블링컨 장관은 "빈 자예드 왕세제에게 UAE와 파트너십에 관해 미국이 부여한 가치를 분명하게 설명했다. 대화는 아주 훌륭했다"고 자평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블링컨 장관이 중동 순방 중 아랍권 지도자들로부터 이스라엘 예루살렘과 서사하라에 영사관을 설치하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과거 예루살렘에 영사관을 두고 팔레스타인과 주요 외교 채널로 활용했다.
그러나 이-팔 분쟁에서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을 편들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현지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고, 영사관의 기능을 축소해 대사 관할하에 뒀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2개 국가로 평화롭게 공존하는 이른바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는 팔레스타인과 관계 격상 차원에서 예루살렘 영사관 재개관을 시도해왔지만, 이스라엘은 이를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모로코는 1976년 독립한 서사하라 영토의 상당 부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직 당시 모로코의 영유권을 인정했으며, 모로코가 이스라엘과 관계를 개선하는 조건으로 현지에 미국 영사관 개설도 약속했으나 아직 이행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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