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국립사적지에 민간시설 안 돼" 항소 계획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의 국립사적지이자 개발제한 구역인 시카고 미시간호변 잭슨파크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기념관(오바마센터)을 세우는 문제를 놓고 오바마 측과 시민단체가 벌인 긴 법정공방이 오바마 측 승리로 일단락됐다.
시카고 시민 환경단체 '프로텍트 아워 파크스'(POP)가 "국립사적지 잭슨파크에 오바마센터가 들어서는 것을 막아달라"며 제기한 소송에 대해 연방법원이 30일(현지시간) 기각 판결을 내렸다고 주요 언론들이 보도했다.
POP는 오바마센터 부지 이전을 요구하며 긴 소송전을 벌여왔다.
이들은 "공공 자산인 시민공원 잭슨파크를 비정부 민간단체 오바마 재단에 (사실상) 무상으로 내주는 것은 공공신탁이론에 배치될 뿐 아니라 일리노이 주 법과 시카고 시 조례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연방법원 일리노이 북부지원(시카고 연방법원)의 존 로버트 블레이키 판사는 30일 "시카고 시는 오바마 센터 부지의 소유권 또는 통제권을 오바마 재단에 넘기지 않았다"며 소송을 기각했다.
시카고시는 오바마 측이 잭슨파크 내 8만㎡ 땅을 99년간 단 10달러(약 1만2천 원)에 장기 임대하도록 했다.
블레이키 판사는 오바마센터가 미국 대통령 기념관 전례를 깨고 민간 시설로 건립·운영될 예정이지만 다른 대통령 기념관들과 마찬가지로 공적인 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는 POP측이 제기한 국립사적지 보존법·국가환경정책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연방 당국이 환경영향 평가를 마쳤다. 주변환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오바마 재단 측과 시카고 시 당국의 주장을 두둔했다.
POP는 "오바마 측이 불법적인 수단으로 건립 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비켜갔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기각 판결이 나온 후 "공공신탁이론과 관련한 이전 판례들을 무시한 결정"이라고 실망감을 표한 후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POP는 오바마 측이 '대통령 기념관'을 앞세워 시민 자산 잭슨파크 사용 권한을 얻었지만 이후 건립 목적을 바꾸고 설계안을 무단 변경했다며 "오바마 센터는 사실상 국립 대통령 기념관이 아니다. 시카고 시는 비정부 민간단체에 시민공원을 내주고 대규모 개발을 허용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잭슨파크는 19세기의 전설적인 조경가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와 칼베르트 보의 설계로 조성돼 1873년 문을 열었다. 189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가 열렸고 1974년 국립사적지로 등재됐다.
오바마는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15년 잭슨파크를 기념관 부지로 선택·공표했다.
당시 시카고 시장이던 람 이매뉴얼 전 오바마 행정부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이 시 조례 개정까지 불사하며 물심양면 지원했다.
오바마 센터는 애초 2017년 착공해 2020년 늦어도 2021년에는 개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수많은 논란과 갈등에 발목이 잡혀 좌초 위기까지 갔다가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고 나서야 다시 추진되기 시작했다.
오바마 측은 애초 계획보다 4년 이상 늦은 작년 8월 잭슨파크 내 기존 시설 해체 작업과 함께 건립 공사에 착수했고,한 달 뒤 오바마 전 대통령과 부인 미셸이 참석한 가운데 착공식을 열었다.
오바마 재단은 오바마 센터 건립 예산을 애초 5억 달러로 추산했다가 8억3천만 달러(약 1조 원)로 조정했다.
예산은 대부분 기부금으로 충당되며 인근 도로 증개축 비용 1억7천400만 달러(약 2천억 원)는 일리노이주가 부담한다.
개관 목표는 2025년이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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