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러, 민간인 잡아 강제이주…감자포대 다루듯"

입력 2022-03-31 10:50   수정 2022-03-31 18:46

[우크라 침공] "러, 민간인 잡아 강제이주…감자포대 다루듯"
WP, 러시아 '여과 캠프' 경험자 인권 침해 보도
러 "자발적 이주" 주장…유엔, '강제 이주설' 들여다보기로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우리를 포로나 범죄자로 취급했다. 무슨 감자 포대 다루듯 했다."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에서 러시아로 강제로 이주당할 뻔한 우크라이나 여성이 증언한 이주민 임시 캠프인 이른바 '여과 캠프'(filtration camp)의 모습이다.
이 시설은 1990년대 말 체첸 전쟁 당시 반군을 찾아내기 위해 러시아군 등이 운영한 시설로 '여과 수용소', '정화 캠프'로도 불렸다. 특히 민간인에 대한 구타·고문으로 악명높았다.
당시 이 시설은 1980년대 군부 독재 시절 우리나라에서 '사회 정화 사업'을 명분으로 운영된 삼청교육대를 방불케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3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 여성은 마리우폴의 대피소에서 가족과 함께 은신하다 러시아군에 적발돼 문제의 캠프로 옮겨졌다. 현지 군인들이 이 수용 시설을 여과 캠프로 불렀다고 한다.
이 여성은 캠프에서 군인들이 한 명씩 불러내 사방에서 사진을 찍고, 지문을 채취했다고 증언했다. 또 휴대전화와 비밀번호를 군인에게 알려주도록 강요받았고 군인들은 모든 휴대전화 데이터를 컴퓨터에 다운로드했다고도 했다.
여러 차례 신문도 이뤄졌다. 군은 우크라이나군에 가족·친지가 있는지, 우크라이나에 남겨둔 가족이 있는지 등을 캐물었다. 마리우폴 당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물었다고 한다.
이 여성은 WP에 "(러시아 측이) 고마운 줄 알라고 했다. 샌드위치도 주고 대피도 시켜줬다면서"라며 "우리를 해방해줬다고 하더라. 대체 어디에서 해방됐다는 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후 러시아 정보기관 연방보안국(FSB) 요원의 심층 조사까지 받아야 했다. FSB 요원은 소셜미디어 비밀번호를 내놓으라고 압박했고 우크라이나군의 움직임에 대해 아는 것이 있는지 실토하라고도 요구했다고 이 여성은 전했다.
이런 조사가 진행되는 사이 이곳저곳에서 처지가 비슷한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캠프로 실려 왔다고 이 여성은 덧붙였다.

신문을 마친 뒤 이 여성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러시아 국경을 넘었다. 그제야 이 여성은 러시아가 자신을 자국 도시 블라디미르로 이주시킬 계획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블라디미르는 마리우폴에서 약 1천㎞,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약 140㎞ 떨어진 도시다.
그는 현장의 군인들에게 '근처에 일행을 받아줄 친구가 있다'고 설득해 현장을 빠져나왔다고 한다. 이어 기차를 타고 상트페테르부르크를 거쳐 러시아를 벗어났다고 WP는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마리우폴 주민을 러시아 또는 친러시아 반군 지역으로 강제 이주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강제로 이주된 주민 수가 약 40만 명 이상이라고 한다.
러시아는 자국으로 이주한 우크라이나인 수가 약 40만 명 이상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모두 자발적 이주라는 입장이다. 최근 러시아군은 "위험한 우크라이나와 도네츠크·루한스크(루간스크) 지역에서 러시아로 대피한 인원이 50만 명"이라고 밝혔다.
돈바스 지역 친러 반군조직인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지도자도 마리우폴에서 14만 명이 러시아 또는 DPR로 대피했다고 주장했다. AP통신은 이 발언의 진위를 검증할 수 없었다고 보도했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 최고대표는 이날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우크라이나인의 러시아 강제 이주설에 대해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인구 40만명이 넘던 마리우폴은 러시아군의 집중 포위공격을 받으면서 도시 기능이 마비된 상태다. 시 당국은 포위공격으로 지금까지 약 5천 명이 사망했으며 29만 명이 도시를 떠났다고 밝혔다.
17만명은 여전히 도시에 남아 음식, 식량, 수도가 끊긴 채 우크라이나 군의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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