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공격 노출에 직원 과로…원전서 핵참사 날라

입력 2022-04-01 10:46  

[우크라 침공] 공격 노출에 직원 과로…원전서 핵참사 날라
美 WP "바라시 원전 주변서 2주간 러 드론 2대 격추…방사능 유출 대비도"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우크라이나 북서부의 원자력 도시 바라시에서 러시아군의 위협과 직원들의 과로로 언제든 '핵 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파블로 파블리신 바라시 원자력발전소 소장은 이 신문에 "체르노빌 사고 이후 러시아가 그런 일을 다시 일으킬 만큼 미친 건 아니라고 믿었지만 그들은 우리 원전 근처는 물론 내부에까지 매일 테러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또 다른 대재앙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벨라루스 국경에서 남쪽으로 48㎞ 떨어진 바라시에는 현재 러시아에 점령당하지 않고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 중 가장 큰 원전이 있다. 이 지역은 아직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지 않아 대부분이 원전 직원이나 가족인 주민들은 전쟁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지난 2주 사이 우크라이나군이 원전에 5㎞까지 접근한 러시아 드론 2대를 격추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러시아가 바라시 원전에 대한 모종의 작전을 위해 정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우크라이나 핵사고 우려는 러시아의 침공 직후부터 제기됐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원전이나 1986년 사고로 폐쇄된 체르노빌 핵시설을 어떻게 전쟁에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미궁 숙이다.

러시아군은 침공 첫날인 2월 24일 체르노빌을 점령한 뒤 중화기를 배치해 이 지역을 군사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으나 최근에는 주둔 병력 일부를 철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유럽 최대 원자력발전 지역인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는 4일 러시아군에 점령됐으며 현재 원전 지역에 병력 300∼500명과 탱크 등 중차량 100여 대가 배치돼 있다. 러시아군은 이곳을 점령하면서 원전 냉각시설 부근 건물에 포격을 가하기도 했다.
현재 자포리자 원전은 계속 가동되면서 전쟁 전보다는 발전량이 훨씬 줄었지만 우크라이나 전력망에 전기를 계속 공급하고는 있다.
게르만 갈루셴코 우크라이나 에너지 장관은 "러시아군은 탱크로 고의로 냉각시설을 포격했고 그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다. 미친 짓이다"라며 "우리는 재난에 매우 근접해 있고 이 사건은 러시아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공격만이 원전 안전에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바리시 원전 측은 직원들이 지난 20일부터 하루도 쉬지 못한 것은 물론 거의 잠을 자지 못해 극심한 과로 상태라고 밝혔다.
실수든 과로든 직원이 기기를 오작동하거나 공격이나 사고 등으로 전력이 차단되면 냉각·환기 계통이 작동을 멈추면서 원자로가 과열돼 최악엔 노심이 용융될 위험이 있다.
바리시 당국은 러시아가 원전을 공격하거나 오발 포탄이 원전에 떨어질 경우 방사성 물질이 유출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시 당국은 주민 5만여 명에게 최근 요오드화칼륨 알약을 배포했다. 요오드화칼륨 알약은 방사성 물질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방사성 요오드가 인체에 흡수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25년간 원전 안전 고문으로 일한 올렉산드르 멘줄(49) 바리시 시장은 원자로 노심 용융을 포함한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한 대비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의 포격 위험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니까. 누가 핵시설이 있는 도시를 포격하겠나. 바리시에는 대피소도 없다"면서 "하지만 러시아는 국제적인 재난도 병가지상사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scite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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