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교보·흥국생명 신종자본증권 400억~4천700억원 발행
한화손보·농협생명 등 후순위채로 2천500억~6천억원 마련
한화생명 해외 후순위채 7.5억달러 이어 국내 3천억~5천억원 예고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내년 시행되는 새 자본규제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보험사들이 금리 상승기에도 자본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새 메리츠화재[000060], DGB생명, 한화생명[088350], 한화손해보험[000370], NH농협생명, 흥국생명 등이 신종자본증권 또는 후순위채 발행 결정이나 발행 조건을 발표했다.
메리츠화재는 이달 1일 신종자본증권 700억원을 이자율 4.6%에 발행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올해 2월 메리츠화재는 이사회에서 1년간 3천억원 한도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계획을 결의했다. 2020년 11월 1천50억원에 이어 약 1년 반만에 다시 신종자본증권으로 자본 확충에 나선 것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새 자본규제 신(新)지급여력제도(K-ICS)의 내년 시행을 앞두고 자본을 확충하기 위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에는 DGB생명이 950억원(이자율 5.40%), 25일에는 흥국생명이 400억원(이자율 4.8%) 신종자본증권을 각각 발행했다.
이들보다 앞서 교보생명은 작년 9월에 4천700억원 규모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NH농협생명은 후순위채 발행을 택했다.
한화생명은 지난달 이사회에서 3천억~5천억원 규모 후순위채 발행 계획을 의결했다. 한화생명도 메리츠화재와 마찬가지로 K-ICS 등 자본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자본 확충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화생명은 앞서 2월에는 해외에서 ESG 후순위채 7억5천만달러(이자율 3.379%)를 발행했다.
한화손해보험과 NH농협생명은 지난달 후순위채 각각 2천500억원(이자율 4.9%)과 6천억원(이자율 4.35%)을 발행했다.
이들 보험사가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발행 사유로 밝힌 새 자본규제 K-ICS는 시가로 평가한 부채 위험을 바탕으로 자본을 쌓도록 하는 제도다.
보험금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게 되면 과거 고금리 시절 계약으로 인해 각 보험사가 보유해야 하는 자본 규모가 현재보다 대폭 늘어나게 된다.
새 자본규제에 따라 필요한 자본을 마련하기 위해 각 보험사는 비싼 이자 비용을 물어가며 신종자본증권 또는 후순위채 발행에 나선 것이다.
특히 '기본자본'으로 인정되는 신종자본증권은 영구채로서 후순위채보다 이자 비용도 더 많이 든다.
지난해 보험사의 운용자산이익률이 3%대인 점을 고려하면 높게는 4~5%대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이자 비용은 보험사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발등의 불이 된 자본규제에 대응해야 하는 데다 시장금리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연초부터 보험사들이 자본 확충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후순위채보다 안정적으로 '질 좋은' 자본을 쌓을 수 있는 신종자본증권 발행도 잇따르고 있다.
후순위채는 이자 비용이 더 저렴하지만 '보완자본'으로만 인정되며 1년마다 인정 비율이 20%포인트씩 낮아진다.
보험연구원의 노건엽 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보험사들은 자본 확충을 위해 후순위채를 더 선호하는 편이지만 최근에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경우도 늘었다"며 "추가 자본이 시급하거나 안정적인 자본 확충을 원할 때 비용을 더 들여서라도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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