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초기 단계의 치매 증상을 완화하는 NMDA (N-methyl-D-aspartate) 수용체 길항제 계열의 신약 SAGE-718이 2상 임상시험에서 인지기능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MDA 수용체 길항제는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가 신경세포에 과도하게 작용하는 것을 억제해 신경세포 손상을 줄여준다.
SAGE-718을 개발한 제약회사 세이지 세러퓨틱스(Sage Therapeutics) 임상 담당 부사장 아론 쾨니히 박사는 SAGE-718의 2상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고 헬스데이 뉴스(HealthDay News)가 2일 보도했다.
임상시험은 경증 내지 중등도(moderate) 치매 환자 26명(평균연령 67세)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들은 임상시험 시작 전 표준 인지기능 테스트 성적이 평균 20.7점으로 경도 인지장애 내지는 경증 치매에 해당했다.
이들에게 2주 동안 SAGE-718이 투여됐다. 이후 2주 동안은 추적 관찰이 진행됐다.
이와 함께 임상시험 시작 때와 투약 2주 후 그리고 1개월 후에 표준 인지기능 테스트를 통해 기억력과 사고력 등이 평가됐다.
전체적으로 기억력, 사고력, 실행기능(excutive function)이 개선됐다.
일부 환자는 컴퓨터 사용, 집안일, 자동차 운전, 요리, 약물 관리 등 비교적 복잡한 작업 능력이 개선됐다.
1개월 후 표준 인지기능 테스트 성적은 평균 2.3점 높아졌다.
특히 사고 능력이 크게 개선됐다. 사고 능력 개선은 SAGE-718 투여 1주 만에 나타나기 시작해 최소한 1개월 지속됐다.
환자들에게 의미가 큰 이러한 증상 개선 효과가 이처럼 빨리 나타난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쾨니히 박사는 강조했다.
SAGE-718은 안전성도 극히 양호했다. 부작용 때문에 중간에 투약이 중단된 환자는 한 명도 없었다. 5명에게서 가볍거나 보통 정도의 두통 또는 변비가 나타났을 뿐이다.
알츠하이머병 약물 발견 재단(Alzheimer's Drug Discovery Foundation) 연구실장 하워드 필리트 박사는 SAGE-718은 현재 초기 치매에 사용되고 있는 같은 계열의 치료제 메만틴(memantine)과는 작용 기전이 다르다면서 효과가 "매우 인상적"이라고 논평했다.
임상시험 참가 환자가 적은데다 임상시험 기간도 짧아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빠른 효과와 안전성으로 미루어 곧 대규모 임상시험으로 이어져 치매의 새로운 치료제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SAGE-718은 파킨슨병과 헌팅턴병에 의한 사고 능력 저하에도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임상시험도 진행되고 있다.
현재 경증 내지 중등도 치매에는 증상을 완화하고 진행을 지연시키는 약으로 아세틸콜린 분해효소 억제제(도네페질, 리바스티그민, 갈란타민)와 NMDA 수용체 길항제(메만틴)가 사용되고 있다.
NMDA 수용체 길항제는 뇌 신경세포의 파괴를 줄여 기억력을 개선한다.
아세틸콜린 분해효소 억제제는 인지기능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 아세틸콜린 분해를 억제해 아세틸콜린 농도를 높이는 작용을 한다.
현재 쓰이고 있는 이 두 계열의 4가지 약은 치매의 진행을 얼마간 지연시킬 뿐이다.
SAGE-718의 임상시험 결과는 4월2일부터 7일까지 시애틀에서 열리는 미국 신경학회(American Academy of Neurology) 74차 연례 학술회의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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