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빅토르 총리 4연임 성공…서방 무기 우크라 지원 막아
세르비아 부치치 대통령 당선 확실시…"푸틴 돕는 유일한 사람"
블룸버그 "선거 결과로 EU, 매우 골치 아픈 상황에 부닥쳐"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동유럽에서 친러 노선을 걷고 있는 헝가리와 세르비아에서 집권 여당 지도자들이 선거에서 승리해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다.
블룸버그·AFP 통신 등에 따르면 헝가리에서 3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집권 여당이 승리해 오르반 빅토르(58) 총리가 4연임에 성공했다.
국가선거위원회에 따르면 개표율 94%에서 빅토르 총리가 이끄는 정당 피데스가 53%의 득표율을 기록해 35%의 야당 연합을 큰 표차로 따돌렸다.
빅토르 총리는 "우리는 위대한 승리를 쟁취했다. 이 승리가 워낙 커서 달에서도, 브뤼셀에서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브뤼셀을 언급한 것은 유럽연합(EU)을 뜻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이끄는 집권당은 언론과 사법부 통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 등 여러 문제로 EU와 마찰을 빚어왔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러시아 제재에서도 불협화음을 노출했다.
이번 총선 승리로 빅토르 총리는 4연임에 성공했다. 1998∼2002년 총리를 지냈던 그는 2010년 총선을 통해 재집권한 뒤 12년째 장기 집권을 해왔다.
세르비아에서도 이날 치러진 대선에서 알렉산다르 부치치(52)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시된다.
개표율 17%가 진행된 가운데 부치치 대통령은 이를 토대로 한 1라운드 선거 예측에서 59.8%의 득표율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야당 후보는 결선투표를 위해 필요한 득표율을 올리지 못해 부치치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시됐다.
부치치 대통령은 일찌감치 선거 승리를 선언했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나는 59.9~60.1%의 득표율을 얻었다"라며 "1라운드에서 224만5천표 이상을 득표했다"라고 말했다.
집권 여당인 세르비아 진보당도 40% 이상 득표해 부치치 대통령은 임기 5년의 새로운 임기를 시작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내각을 새로 구성할 수 있게 됐다.
빅토르 총리와 부치치 대통령은 권위주의 성향을 지녀 EU 등 서방국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고 상대적으로 러시아와 중국과는 유대관계를 맺어왔다.
헝가리는 EU 회원국이고 세르비아는 EU 가입을 추진 중이다.
블룸버그는 이번 선거 결과로 EU가 매우 골치 아픈 상황에 부닥쳤다고 지적했다.
EU의 법치 기준을 받아들이지 않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중요한 문제에서 다른 국가들과 동떨어진 길을 걷는 회원국이나 가입 희망국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특히 이들 지도자는 권위주의 색채가 강해 서방국들과 잦은 마찰을 빚고 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는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적잖은 영향을 줬는데, 두 지도자는 선거에서 철저히 득표만 의식한 줄타기 행보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빅토르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서방의 제재에 참여했으며 피란민에게 국경을 여는 등 푸틴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동시에 자국 영토를 통해 서방의 무기가 우크라이나에 지원되는 것을 막았고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를 계속 수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선거 전 빅토르 총리에 대해 "그는 유럽에서 푸틴 대통령을 돕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빅토르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서방 국가의 대열에 동참하면 헝가리가 전쟁에 끌려들어 갈 수 있다"고 주장했고 우크라이나 지원을 주장한 야당은 "이번 선거는 동쪽과 서쪽 사이의 선택"이라고 했으나 유권자들은 빅토르 총리를 찍었다.
부치치 대통령도 전통적인 동맹국인 러시아와 EU 사이에서 눈치보기 행보를 보였다.
세르비아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는 유엔 결의안에 동참했지만, EU의 제재에 대해선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참가하지 않았다.
세르비아 국민들은 지난달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가량은 자국이 중립을 취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동이든 서든 한쪽을 선택한 응답자 중에서도 러시아로 기운 응답자가 많았다.
부치치는 최근 유세에서 "세르비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에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며, 유럽에 진출하면서도 러시아와 우호 관계를 해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bana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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