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서 사형 집행에 '이례적' 도심 항의 집회

입력 2022-04-04 11:42  

싱가포르서 사형 집행에 '이례적' 도심 항의 집회
지난주 2019년 이후 첫 집행…'사형 릴레이' 우려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집회나 시위가 흔치 않은 싱가포르에서 이례적으로 사형 집행에 항의하는 도심 집회가 열렸다.
4일 AFP 통신에 따르면 전날 싱가포르 도심 '스피커스 코너'에서는 시민 수백 명이 참가한 가운데 정부의 사형 집행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렸다.
스피커스 코너는 싱가포르에서 경찰의 허가 없이도 집회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다.
집회는 싱가포르 정부가 국제인권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주 강행한 마약범 사형 집행에 항의하는 것이었다.
싱가포르에서는 2019년 이후 첫 사형 집행을 계기로, 그동안 유보됐던 사형 집행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주최 측은 집회에 400명가량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집회 참가자들은 '사형이 우리 (사회)를 더 안전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우리의 이름으로 죽이지 말라' 등의 문구가 적힌 표지판을 들고, 사형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쳤다고 통신은 전했다.
싱가포르 당국은 앞서 지난달 30일 싱가포르 국적의 마약범 압둘 카하르 오트만(68)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
압둘 카하르는 지난 2013년 헤로인을 몰래 들여오다 적발돼 2년 후 사형 선고를 받았다.



이번 사형 집행으로 국제적인 관심을 끌었던 말레이시아 국적 마약범 나겐트란 다르말린감의 사형 집행 가능성도 커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나겐트란은 21세이던 지난 2009년 4월 헤로인 42g을 몰래 들여오려다 국경 검문소에서 체포됐고 이듬해 사형 선고를 받았다.
싱가포르는 15g 이상의 헤로인을 밀수하다 적발되면 사형에 처하는 '무관용' 정책을 펴고 있다.
지난해 11월 사형 집행일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나켄트란 사형 집행은 국제적 이슈가 됐다.
싱가포르 교정 당국이 그의 모친에게 보낸 사형 집행 통보 서한이 온라인에 올라온 뒤, 그를 사면해달라는 청원 운동이 국제적으로 벌어졌다.
청원은 나겐트란이 협박을 당해 마약 밀수 범죄에 이용됐고, 지능지수(IQ)가 69로 낮은 만큼 사형을 당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후 말레이시아 총리가 사면을 요청하고 인권단체들이 들고 일어나자 싱가포르 당국은 사형 하루 전 코로나19 감염을 이유로 집행을 유예했다.
그러나 싱가포르 대법원 격인 항소법원은 지난달 29일 사형 선고를 감형해달라는 나겐트란 측의 상고를 기각했다.
앞서 같은 달 초에는 다른 마약범 사형수 3명의 상고도 역시 기각됐다고 통신은 전했다.
싱가포르는 국제 사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마약 관련 범죄자에 대해서는 사형을 집행하는 30여 개 나라 중 하나다.
마약 밀매와 살인 등 강력 범죄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하고 있기 때문에 아시아에서 가장 훌륭한 치안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싱가포르 정부의 입장이다.
sout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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