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핀란드, 나토가입 우호여론 확산
정치권은 찬반 대치…"위협 대비해야" vs "중립 고수할 때"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침공당해 한 달 넘게 전쟁의 고통에 시달리는 것을 보면서 중립국을 표방하는 유럽 국가의 고민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유럽에서 스위스,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스웨덴, 핀란드, 몰타 등 6개국은 군사 중립을 내세우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나토는 2차 대전 직후 소련에 대응해 서방 국가가 1949년 창설했는데, 회원국이 속속 불어나며 30개국에 이른 현재까지도 이들 중립국은 여기에 선을 긋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런데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하면서 시작된 전쟁이 한 달 넘게 이어져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국면으로 치달으면서 이를 코앞에서 목도한 중립국에서는 이제라도 나토에 가입하자는 목소리가 감지된다.
핀란드에서는 지난달 14일 여론 조사에서 나토 가입에 찬성하는 응답자가 62%에 달했다.
이는 2주 전 조사에서 53%로 절반을 넘은 데 이어 더 높아진 것이다.
핀란드는 군사적 비동맹주의 정책에 따라 중립적 입장을 지키며 나토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 침공 전까지도 나토 가입에 선을 긋던 여론은 침공 이후 점점 우호적인 방향으로 변화한 것으로 풀이됐다.
아일랜드도 비슷한 분위기다.
지난달 26일 발표된 여론 조사에서 나토 가입에 48%에 찬성했으며, 향후 유럽연합(EU) 군이 창설된다면 아일랜드군이 참여하는 방안에도 46%가 동의했다.
다만 정부 차원에서는 러시아 대응에서 군사적, 정치적, 인도적 성격을 구분 지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과 핀란드 정부는 각각 러시아 침공 직후인 2월 말 오랜 군사적 비동맹주의 정책의 원칙을 깨고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겠다고 공표하기도 했다.
아일랜드는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참여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방탄조끼, 연료 같은 비살상용 지원에 나섰고, 스위스는 EU의 대러시아 금융 제재에 동참 중이다.
각국 집안 사정을 들여다보면 정치인들이 내놓는 목소리에서도 치열한 찬반 다툼이 감지된다.
아일랜드 사이먼 외무 장관은 한때 국가 안보와 관련해 '근본적 재고'가 필요하다고 촉구했으나 최근엔 "아일랜드가 조만간 나토에 가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현지시간) 짚었다.
스위스에서도 EU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한 정부 결정을 두고 제1야당이자 우파 포퓰리즘 정당인 SVP에서는 "세계 정세가 점점 나빠질수록 중립이 중요해진다"며 비판이 터져 나왔다고 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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