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최악의 경제난과 정치적 불안을 겪고 있는 스리랑카의 국채 가격이 급락하면서 국제 채무불이행(디폴트)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7월 만기인 10억달러(약 1조2천143억원) 규모의 스리랑카 국채 가격은 이날 달러당 59센트로 7센트 하락했다.
이는 2020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JP모건체이스에 따르면 미국과 스리랑카 간 국채 수익률 격차(스프레드)는 28.36%포인트로 확대됐다. 통상 이 수치가 10%포인트 이상 벌어질 경우 해당국 국채는 부실채권으로 간주되는데, 그 기준을 훌쩍 넘어선 셈이다.
스리랑카의 무역적자는 지난해 12월 11억달러(약 1조3천357억원)로 두 배 증가했으며, 2월 기준 외화보유액은 23억달러(약 2조7천928억원)에 불과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에 따르면 스리랑카가 올해 갚아야 할 대외부채는 70억달러(약 8조5천1억원)에 육박한다.
관광산업이 주력인 스리랑카 경제는 2019년 4월 '부활절 테러'에 이어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정부는 민생을 살리겠다며 통화량을 늘리고 수입 규제와 감세 정책을 펼쳤지만, 물가는 급등했고 외화는 부족해지는 등 상황은 오히려 갈수록 악화하면서 민심도 등을 돌렸다.
스리랑카 정부는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자 비상사태를 선언한 데 이어 내각 총사퇴로 사태 수습을 시도하고 있지만, 성난 민심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1948년 독립 후 최악의 경제 위기라는 평가 속에서 아지트 카브랄 스리랑카 중앙은행 총재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야권 등은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이 경제위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신흥시장 전문 조사업체인 텔리머의 이코노미스트인 패트릭 큐란은 정치적 혼란이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과 채권자들과의 협상 가능성마저 떨어뜨리고 있다면서 스리랑카의 디폴트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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