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GDP ¼ 차지 광역경제권에 여파
세계 최대 컨테이너항 양산항 효율 저하
테슬라 등 가동중단 장기화…서비스업은 '빈사'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경제수도' 상하이를 8일간 단기 봉쇄했다가 경제·사회를 조속히 정상화로 되돌리려던 중국 정부의 계획이 틀어지면서 중국전체 경제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 코로나 환자 폭증 지속되자 '계속 봉쇄'
상하이시는 원래 계획된 봉쇄 해제일인 5일 이후에도 전 도시 봉쇄가 계속된다고 4일 밤 발표했다.
시 당국은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따라 후속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부터 5일 새벽까지 진행된 봉쇄에도 감염자는 연일 폭증하고 있다. 2천500만 전체 주민을 상대로 한 PCR(유전자증폭) 검사가 진행된 전날 일일 신규 감염자는 1만3천여명으로 최고치를 또 경신했다.
감염이 만연한 상황이어서 앞으로 상황이 상대적으로 나은 극히 일부 지역이 봉쇄에서 풀려도 실질적으로 전체 도시 봉쇄는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상하이 봉쇄 장기화는 중국 전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상하이는 중국의 금융·무역 허브 도시로서 중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약 3.8%를 차지한다.
그러나 상하이는 인근 장쑤성, 저장성, 안후이성과 함께 창장삼각주 경제권으로 긴밀히 연결돼 있다. 선도 도시인 상하이에 금융·물류·교통·마케팅 기능이 집중된 가운데 인접한 성들이 제조업 기지로서의 배후 역할을 나눠맡고 있다. 창장삼각주의 GDP는 중국 전체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
코트라 상하이무역관에 따르면 이미 방역 강화의 영향으로 장쑤성 등 인접 지역에서 상하이의 수출입 항구인 양산항으로 향하는 화물차 이동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나타나 물류 효율은 낮아지고 비용은 커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봉쇄 장기화에 제조·서비스 업종을 불문하고 큰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
상하이 내 서비스업은 지난 3월 초중순부터 시작된 부분 봉쇄가 전면 봉쇄로 이어져 장기간 영업을 하지 못해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떠안고 있다.
당국이 외부와 철저히 격리하는 '폐쇄 루프' 방식 운영을 조건으로 일부 공장 가동을 허용하고 있지만, 테슬라와 폭스바겐 상하이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는 등 인력과 원자재·부품 확보 문제로 제조업 가동에도 큰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 경제지표에 반영되기 시작한 코로나 봉쇄
올해 중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전염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 유입을 계기로 코로나19 확산이 상하이뿐만 아니라 중국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3월부터 본격화한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는 이미 일부 경제 지표로도 확인되기 시작했다.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5로, 다섯달 만에 경기 위축 국면에 재진입했다. 서비스업 경기를 반영하는 비제조업 PMI도 48.4로 7개월 만에 임계점인 50 밑으로 다시 떨어졌다. 3월에는 지린성과 광둥성에서 광범위한 전면·부분 도시 봉쇄가 이뤄졌다.
투자은행 UBS는 3월 말 현재 전면 또는 부분 통제 중인 중국 지역의 GDP와 인구 비중을 각각 34%, 26%로 추산했다.
안 그래도 GDP의 거의 30%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이 위축돼 작년부터 경기 급랭 추세가 나타났는데 지난달 이후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지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올해 목표한 5.5%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는 것은 이미 물 건너갔다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중국이 향후 수개월 간 제로 코로나 정책을 엄격히 고수할 것으로 예상하며 성장 전망치를 5.1%에서 4.6%로 0.5%포인트 내렸다.
왕타오 UBS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도 최근 보고서에서 "현 단계에서 중국 정부가 방역 중요성을 성장보다 앞세울 것으로 본다"며 "올해 내내 이런 통제가 이어지면 성장률이 4%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달 중순에는 1분기 성장률, 3월 산업생산·소매판매·고정자산투자 등 핵심 경제 지표들이 한꺼번에 발표될 예정인데 전망은 밝지 않다.
씨티그룹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올해 1분기와 2분기 성장률이 각각 1%포인트, 0.9%포인트 깎일 것으로 추산하면서 상하이 봉쇄가 장기화하면 결과는 이보다 더욱 나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세계 원자재 시장과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고조된 상황에서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봉쇄 여파는 생산·물류 차질 등을 통해 세계 공급망에도 추가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례로 가동을 멈춘 테슬라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차량 중 상당수는 유럽으로 수출돼 중국의 봉쇄 장기화로 유럽 고객들의 차량 인도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중국 대외무역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양산항의 정상 가동 여부도 관심사다. 작년 4천700여만개의 컨테이너를 처리한 양산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 항만이다. 중국 전체 수출입량의 17%를 처리해 중국 수출입 활력을 가늠하는 풍향계이기도 하다.
최근 상하이 앞바다에 뜬 대량의 선박을 표시한 지도 사진이 중국에서 화제가 되면서 양산항의 적체 현상이 심각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양산항을 관리하는 상하이항그룹은 성명을 내고 봉쇄가 시작된 지난달 28일 이후 평균 컨테이너 선박 대기 시간은 24시간으로 업무가 전반적으로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상하이에 오가는 화물차를 몰던 기사들이 통행증이 있음에도 도중에 격리되는 일이 벌어지는 등 돌발 변수들이 빈번하게 나타나면서 양산항을 잇는 육로 운송에 지장이 생기는 바람에 실질적으로 양산항을 통해 처리되는 수출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한 물류 업계 관계자는 중국 매체 차이신에 "화물차 이동 등의 여러 요인 탓에 상하이의 컨테이너 물류는 현재 원활하지 못하다"며 "화물 물류 효율이 전의 60% 수준으로 추산한다"고 말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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