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서 못살겠다" 페루 물가 항의시위 격화에 수도 통금령(종합)

입력 2022-04-06 00:43  

"비싸서 못살겠다" 페루 물가 항의시위 격화에 수도 통금령(종합)
5일 종일 통행금지…우크라 사태 속 26년 만에 최고 물가 상승률


(서울·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고미혜 특파원 = 페루에서 급격한 물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격화하자 5일(현지시간) 정부가 수도 리마와 인근 항구도시에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AFP,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은 이날 TV 연설에서 리마와 태평양 연안 항구도시 카야오에 통행금지령을 발동한다고 밝혔다.
카스티요 대통령은 "일부 단체들이 야기한 폭력행위를 고려, 평화를 재정립하기 위해 이날 오전 2시부터 오후 11시 59분까지 통행금지를 승인했다"고 말했다.
남미 페루에선 지난주부터 농민과 트럭 기사 등을 중심으로 가파른 물가 상승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3월 한 달 사이 페루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48%에 달했다. 1996년 2월 이후 26년 만에 가장 높은 월간 물가 상승률이다.
연간으로는 6.82%로, 역시 1998년 8월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특히 연료와 비료 가격이 급등하자 농민과 운전기사들은 생계 유지가 어려워졌다며 수도 리마로 향하는 주요 고속도로를 막고 정부에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시위대와 경찰의 격렬한 충돌 속에 지금까지 4명의 사망자가 나오기도 했다고 페루 정부는 밝혔다.
도로 봉쇄 시위 탓에 리마에 식품 공급이 어려워져 식품 가격이 더 올랐고, 블루베리, 아보카도, 포도 등 농산물 수출에도 차질이 생겼다.
지난주 의회에서 두 번째 탄핵 위기를 넘긴 카스티요 대통령은 시위대를 달래기 위해 유류세를 낮추고 닭고기, 달걀, 밀가루 등 기본 식품에 대한 소비세를 면제해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 3일에는 최저임금을 월 1천205솔(약 39만6천원)로 10% 인상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들도 고물가로 고통받는 주민들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주요 노조인 페루노동자총연맹은 인상폭이 충분치 않다며 최저임금 인상안을 거부했고, 오는 7일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여기에 식료품 가격 급등에 분노한 주부들까지 시위에 동참,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페루 남부에 있는 도시의 슈퍼마켓들이 약탈당하는 모습이 현지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학교 수업은 5일까지 중단된 상태다.
noma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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