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주무대도 아닌 수도에 통금령…시민 반발에 중도 해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페루에서 물가 인상에 항의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페루 정부가 시위 진압을 위해 꺼낸 통행금지령 카드가 오히려 시위대의 분노를 부추기는 모양새다.
6일(현지시간) RPP뉴스 등 페루 언론에 따르면 페루 남부 이카에서 벌어진 고속도로 봉쇄 시위 도중 25세 남성이 숨졌다.
이날 오전 이카에선 팬아메리카 고속도로를 봉쇄하고 시위를 벌인 농민들과 봉쇄를 풀려는 진압 경찰이 충돌하면서 10여 명의 부상자도 나왔다.
이로써 최근 계속되고 있는 물가 인상 항의 시위의 사망자는 5명으로 늘었다.
이번 시위는 농민과 트럭 운전기사 등이 주도하고 있다.
전 세계 여러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페루도 높은 물가 상승률로 신음하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연 7%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연료와 비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생계가 곤란해진 농민과 운전기사 등이 정부에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나섰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와 최저임금 인상 등을 발표했으나 시위대를 달래긴 역부족이었다.
계속되는 고속도로 봉쇄 시위로 물류에 차질이 생기면서 식료품값 인상도 더 가팔라졌다.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이 전날 전격적으로 발표한 통행금지령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켰다.
카스티요 대통령은 질서를 되찾기 위한 것이라며 5일 새벽 2시부터 오후 11시 59분까지 수도 리마와 항구도시 카야오에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시위의 주 무대도 아니었던 리마와 카야오에 느닷없이 통금령이 내려지자 시민들의 혼란과 불만도 커졌다.
아침에 눈을 떠 출근하려다 통금 사실을 알게 된 시민들이 우왕좌왕했으며, 리마 의사당 주변에선 통금령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보수 야당에서도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고, 카스티요 대통령은 결국 그날 오후에 통금령을 해제했다.
통금령 해제 이후에도 리마 곳곳에서 시위대가 "카스티요 퇴진"을 외치며 행진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최대 노조인 페루노동자총연맹은 오는 7일 총파업 시위를 예고한 상태여서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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