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연방정보부, 러시아군 무선통신 도청 내역 연방의회에 보고
(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러시아군이 무선통신 장비로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민간인에 가한 잔혹 행위에 대한 협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독일 연방정보부(BND)가 의회에 보고했다.
연방정보부는 러시아군의 무선통신을 도청한 결과, 부차 대로를 따라 시신이 발견된 장소와 일치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고 독일 주간 슈피겔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무선통신 녹음 내용을 보면, 한 병사가 다른 병사에게 그와 동료들이 자전거를 탄 사람에게 총격을 가한 장면을 묘사했다. 부차에서 자전거를 타다 쓰러진 시신이 담긴 사진은 전 세계에 공유된 바 있다.
또 다른 남성은 무선통신을 통해 먼저 군인들을 신문한 뒤 쏴죽인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부차에서는 지난 주말 러시아군의 철수 이후 집단 묘지와 대로에 수십구의 시신이 발견됐다. 시신들은 손이 묶여 있거나, 고문 흔적이 있었다. 피해자 중에는 여성과 아이들이 포함됐다.
러시아 정부는 러시아 병력이 이 같은 전쟁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격렬히 부인하면서 연이어 우크라이나의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무선통신 녹음내역은 러시아의 부인을 완전히 무력하게 하는 증거라고 슈피겔은 지적했다.
무선통신 내용에는 '푸틴의 요리사'로 불리는 사업가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운영하는 용병집단 와그너 그룹이 잔혹행위에 결정적으로 동참한 정황도 포함됐다고 슈피겔은 전했다. 와그너 그룹은 시리아 전쟁에 동원됐을 때도 잔혹행위로 이목을 끈 바 있다.
목격자들은 러시아군의 부차 점령 초기에는 젊은 병사들이 있었다고 전한 바 있다. 이후 이들이 다른 병력과 교대한 이후 민간인에 대한 공격이 증가했다.
BND가 확보한 무선통신 녹음내역은 부차에서의 잔혹행위가 우연한 행위도, 일부 병사의 단독행위도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 병사들은 잔혹행위에 대해 일상적인 대화를 나눈 것처럼 대화를 나눴다고 슈피겔은 전했다.
민간인 살인은 러시아군의 통상적인 행동이 된 것으로 보인다는 게 독일 정부의 분석이다. 일반 시민들 사이에 불안과 공포를 조장해 저항을 억압한다는 전략의 일환일 수 있다.
연방정보부는 지역을 특정할 수 없는 추가적인 무선통신 녹음내역을 분석중이다. 부차에서와 같은 잔혹행위가 남부 마리우폴 등 다른 곳에서도 발생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료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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