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서 "동맹강화 최우선"…김치·한복 언급하며 유대 강조
"CVID·제재" 대북압박정책 역설…'한일 협력' 가교 역할도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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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 지명자는 7일(현지시간) 상원 인사청문회를 통해 한반도 이슈에 대한 소신의 일단을 드러냈다.
더욱 강화된 한미동맹을 기본 축으로 하면서, 과거 대북 제재 이행에 관여한 경력이 보여주듯 철저한 제재 이행을 통한 북한의 대화 유도 및 비핵화 추진이라는 강력한 의지도 피력했다.
골드버그 지명자가 청문회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한미동맹 강화다.
그는 청문회에서 "주한미국대사로 임명된다면 나의 최우선 순위는 양국 관계의 지역적, 국제적 범위를 확대하면서 철통같은 동맹을 강화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미 양국 동맹이 사실상 포괄적이고 세계를 무대로 한 동반자관계로 발전했다는 점을 전제했지만, 이를 더욱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대미 관계의 첫걸음으로 동맹 강화를 내세운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골드버그 지명자가 그 일성으로 동맹 강화를 내세운 만큼 주한미국대사 자리가 1년 넘게 공석이었다는 점을 근거로 제기됐던 '한국 홀대론'이라는 일각의 시선이 사그라질지 주목된다.
골드버그 지명자는 한미동맹을 인도·태평양과 이를 넘어선 역내 평화, 안보, 번영을 위한 '핵심축'(linchpin)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미동맹이 군사·외교적 수준을 넘어섰다는 인식을 보이면서 한국 문화를 통한 한미 양 국민 간 유대 관계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인들은 한복과 김치 같은 전통적인 특징부터 BTS와 오징어게임 등 최신 문화 현상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풍부한 문화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치와 한복을 직접 언급한 것은 중국 일각에서 이를 '자국화'하려는 억지를 부리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골드버그 지명자는 디지털 경제와 인프라,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등 경제 현안에서도 한미 양국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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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골드버그 지명자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지속적인 대북 압박을 강조했다.
북한이 모든 이슈를 논의할 수 있다는 미국의 계속된 대화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서도 제재 완화만을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재가 중요하다고 단언했다. 다만 제재가 효과는 있지만, 그 자체가 정책이 아니며 반드시 성공하는 요소도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제재는 미국과 전 세계의 영향력과 힘의 다른 요소들과 동반되어야 한다"며 "또 많은 틈새가 없는 다국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사회가 규합해 제재를 가하되 제재를 회피할 수 있는 틈새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골드버그 지명자가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미국의 비확산 목표와 부합한다고 말한 부분은 주목할 만하다.
바이든 정부는 사실상 CVID를 추구하면서도 공식적으로는 북한이 극도의 거부감을 보이는 이 용어 대신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해왔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배려'의 모습으로 비쳐져왔는데, 골드버그 지명자가 이 용어를 공식 석상에서 언급한 셈이다.
물론 바이든 정부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공동성명 등에서 CVID를 명기하는 등 아예 사용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골드버그 지명자가 유엔 대북 제재 이행 담당관을 지냈다는 이력과 함께 그의 'CVID 소환'은 최근 북한의 잇따른 도발과 맞물려 바이든 정부의 대북 태도에 미세한 변화를 시사하는 것은 아닌지 주목되는 포인트다.
그는 또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규탄 성명에 계속 딴지를 거는 점을 비판하면서도 "중국과의 협력도 계속 추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북한의 '뒷배'인 중국의 협조가 한반도 문제 해결에 중요하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골드버그 지명자는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도 피력했다.
그는 북한의 계속된 도발이 우려된다며 "북한의 위협을 저지하기 위해 한미일 간 견고한 동맹을 통한 강화된 억지력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일 간에는 역사적 문제가 있다. 두 나라가 협력하는 길을 찾도록 돕는 역할을 할 것이냐'는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의 질의에 "물론이다. 인준되면 그것이 나의 역할"이라며 "주한대사와 주일대사가 함께 할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일 양국은 북한 문제뿐 아니라 다른 이슈들도 공유한다면서 "기술적으로 선진화되고 과학적인 두 민주 동맹은 더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맹 강화와 북한 문제 등을 놓고 곧 들어설 윤석열 신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하겠다고도 다짐했다.
honeyb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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