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항구 봉쇄로 3월 곡물 수출 작년 10분의 1로 급감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공으로 흑해를 통한 곡물 등 수출 길이 막히자 철도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 애쓰고 있지만, 평소 수출량을 맞추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와 이웃 국가 간 철도 궤도 넓이의 차이와 관료주의적 절차 등으로 인해 국경 지대에서 우크라이나 화물 열차가 옴짝달싹 못 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곡물, 식용유, 철광석 등을 실은 화물열차 1만320량이 폴란드와 마주한 국경 마을 이조우에서 월경을 대기하고 있다.
리비우에서 북쪽으로 약 130㎞ 떨어진 이곳은 폴란드의 그단스크 항구로 가는 관문 역할을 한다.
우크라이나 국영 철도회사에 따르면 폴란드 등지로 가다가 서부 국경에 발이 묶여 있는 우크라이나 화물열차는 지난 5일 현재 2만4천190량에 이른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침공으로 주요 항구가 봉쇄되면서 곡물과 기타 상품을 수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철도 운송으로 수출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철도 운송이 대체해야 할 양이 어마어마해서다. 전쟁 전 전체 곡물 수출 중 흑해를 통한 수출량이 98%에 달했다.
우크라이나의 3월 곡물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의 10분의 1수준으로 급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우크라이나와 인접 국가 간 궤도 넓이가 다른 점도 철도 운송으로 대체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소비에트연방 출신인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표준을 따르기에 선로 궤간이 약 1.5m로 유럽보다 10㎝ 더 넓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화물 열차가 폴란드 지역으로 넘어가려면 차량을 기중기로 들어 올려 일일이 열차 바퀴 폭을 조정해야 한다. 아니면 우크라이나 화물 열차에 실린 곡물을 폴란드 화물 열차로 옮겨 담아야 하는데, 이는 열차 한 량당 최대 30분가량 시간이 소요된다.
국영 철도회사 관계자는 현재 화물열차로 나를 곡물 수출량의 3주 치 주문이 밀렸다고 전했다.
일례로 우크라이나의 한 식품업체는 평소 이맘때 창고는 거의 텅텅 비어 있어야 하지만, 현재는 곡물 15만t이 저장창고에 쌓여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철로 운송 용량을 늘리고 세관 절차도 줄이고 있다.
아울러 화물을 철도로 다뉴브강 항구로 일단 옮긴 뒤 여기서 바지선으로 루마니아 콘스탄차 항구로 나르는 방안도 루마니아 측과 논의 중이다.
우크라이나 농업부는 이를 통해 향후 철도를 통한 곡물 수출량이 한 달에 150만t으로 늘어나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이는 항구를 통한 수출량의 3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우크라이나에서 원자재 무역을 하는 한 외국 회사 관계자는 "우크라이나가 신속하게 농업 수출 역량을 월 70만∼100만t으로 늘리는 데 성공하더라도 이는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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