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처럼 양강 구도에 국민 관심 저조…부동층 흡수가 승부 관건
과반 득표 후보 없으면 1, 2위 후보 결선 진출…24일 2차 투표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프랑스 엘리제궁으로 들어가는 열쇠를 누구에게 넘겨줄지 결정할 대통령 선거가 10일(현지시간) 치러진다.
프랑스는 이날 1차 투표에서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1, 2위를 차지한 후보끼리 24일 다시 맞붙는 방식으로 국가수반을 선출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연임에 도전하고, 지난 2017년 대선 결선에서 맞붙었던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후보가 설욕전에 나선다.
◇ 우크라이나 전쟁 중 치르는 대선…5년 전과 동일한 경쟁 구도에 관심↓
12명의 후보가 출마한 이번 대선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정세가 요동치는 와중에 치러지다 보니 후보자 간 공약 경쟁이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중재자'를 자처하며 외교 무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다가 대통령 후보 등록 마감을 하루 앞두고서야 출마를 공식화했다.
재선에 나섰던 역대 대통령들과 마찬가지로 마크롱 대통령도 1차 투표 전 다른 후보들과 공개 토론에 응하지 않았고, 야당 후보들은 반발했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1차 투표는 후보끼리 대립하는 자리가 아니라 공약을 소개하는 자리"라며 "그다음에 토론이 있고, 거기에서 겨루겠다"고 말했다. 경쟁자가 정리된 뒤에 토론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은 5년 전과 동일하게 마크롱 대통령과 르펜 후보의 양강 구도로 진행된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보니 국민적 관심을 끌지 못한 측면도 있다.
우파 공화당(LR)이 사상 처음으로 여성 대선 후보를 낙점했을 때나, 르펜 후보보다 더 오른쪽으로 치우친 에리크 제무르가 대선 출마를 선언했을 때 '컨벤션 효과'가 잠깐 있었지만 이내 사그라들었다.
공화당 후보인 발레리 페크레스 일드프랑스 주지사는 지난해 12월 여론조사에서 마크롱 대통령을 제친 적이 있었으나 '찻잔속 태풍'이 됐다. 현재 그의 지지율은 한 자릿수다.
'프랑스판 도널드 트럼프'를 꿈꾸며 르콩케트라는 당을 만들어 대선 후보로 나선 제무르 역시 초반에는 르펜 후보의 지지율을 잠식하는 듯했으나 그 기세는 오래 가지 못했다.
◇ 막판 여론조사 1위 마크롱 2위 르펜 '박빙'…3위 멜랑숑 부상
최근 여론조사들은 일제히 마크롱 대통령과 르펜 후보가 1차 투표에서 각각 1, 2위를 차지해 5년 만에 '리턴 매치'를 한다는 시나리오를 내놨다.
두 후보가 2017년에 이어 이번에도 나란히 결선에 진출한다는 예측은 투표 이틀 전이나, 한 달 전이나 동일하다. 하지만 지지율 격차는 크게 달라졌다.
프랑스여론연구소(Ifop) 집계 기준 3월 9일 대선 1차 투표에서 마크롱 대통령을 뽑겠다는 응답은 31.5%, 르펜 후보를 뽑겠다는 응답은 18.5%로 13%포인트 차이가 났다.
이랬던 지지율 격차는 점점 줄어들어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인 4월 8일에는 마크롱 대통령 지지율이 26%, 르펜 후보 지지율이 24%로 2%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입소스와 소프라 스테리아가 지난 8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마크롱 대통령을 뽑겠다는 응답이 26.5%, 르펜 후보를 뽑겠다는 응답이 23%로 3.5%포인트 차이가 났다.
후보 난립으로 표심 결집이 난망해 보였던 좌파 진영에서는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올해 초만 해도 한 자릿수 지지율에서 고전하던 멜랑숑 후보는 지지율을 17% 안팎까지 끌어올리면서 여론조사 순위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사회당(PS) 대선 후보인 안 이달고 파리시장, 녹색당(EELV)의 야니크 자도 등 다른 좌파 대선 후보들은 결선 진출을 꿈꿀 만큼 지지율이 나오지 않고 있다.
◇ 역대 가장 낮은 투표율 나오나…부동층 표심 확보가 관건
득표율을 제외하고 이번 대선에서 주목해야 하는 숫자는 기권율이다. 2002년 28.4%로 역대 가장 높았던 1차 투표 기권율 기록이 이번에 바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Ifop는 최신 여론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번 대선 1차 투표 기권율을 27%로 예상했고, 입소스와 소프라 스테리아는 28%로 예측했다. 앞서 예상 기권율은 한때 30%를 넘기도 했다.
대선 1차 투표 기권율은 2007년 16.23%로 낮아졌다가 2012년 20.52%, 2017년 22.23%로 다시 점점 높아지는 추세를 보여왔다.
1, 2위 유력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보니 마크롱 대통령과 르펜 후보 모두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게 관건이 됐다.
아직 누구를 뽑을지 정하지 않은 유권자뿐만 아니라, 결선 진출 가능성이 낮은 후보자를 지지하는 유권자의 표심도 가져온다면 승리에 가까워질 수 있다.
과거 사회당에 몸담았던 마크롱 대통령 입장에서는 좌파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를 흡수할 수 있다면 당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르펜 후보는 우파 공화당 후보나 다른 극우 후보인 제무르를 지지한 유권자를 자신의 편으로 만든다면 판세를 유리하게 끌어가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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