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총기난사 용의자 거주 팔레스타인 도시 봉쇄 논란

입력 2022-04-10 17:22  

이스라엘, 총기난사 용의자 거주 팔레스타인 도시 봉쇄 논란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스라엘 당국이 테러로 추정되는 총기 난사의 용의자가 거주해온 팔레스타인의 한 도시 전체를 봉쇄해 논란을 빚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일간 하레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스라엘 국방부는 전날 요르단강 서안 북부에 있는 팔레스타인 도시 제닌을 봉쇄했다.
제닌은 지난 7일 텔아비브 번화가의 술집에서 총기를 난사해 3명을 살해한 뒤 사살된 용의자가 거주해온 곳이다.
지난달 29일 텔아비브 인근 초정통파 유대교도 집단 거주지인 브나이 브라크에서 총기를 난사해 5명을 숨지게 한 용의자도 제닌 출신이다.
당국의 봉쇄 조치로 당분간 이스라엘 국민은 이 도시를 방문할 수 없고, 제닌 출신의 팔레스타인 상인과 사업가도 이스라엘에 들어올 수 없게 됐다.
또 이스라엘 당국은 이슬람 금식 성월인 라마단 기간 친척 방문 목적으로 제닌의 팔레스타인 주민 5천여 명에게 발급했던 여행 증명서도 무효화했다.
이스라엘에서 일하는 팔레스타인 근로자들의 취업 허가는 유지되지만, 이들이 이스라엘 경계를 넘을 때 보안 검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로 가뜩이나 어려운 팔레스타인 경제가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이스라엘 당국은 테러범 소탕을 목적으로 이틀째 군인들을 보내 요르단강 서안의 주요 팔레스타인 도시에 대한 대대적인 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제닌의 난민촌에서는 이스라엘 군인들과 주민 간 총격전도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1명이 숨지고 11명이 부상했다.

팔레스타인 단체 등은 이스라엘의 강경 조치에 즉각 반발했다.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단체 '평화의 투사'는 성명을 통해 "총기 난사를 이유로 제닌 주민을 집단 처벌하는 것은 해법이 아니며 상황을 악화할 뿐"이라며 봉쇄 철회를 촉구했다.
이스라엘의 아랍계 정당 연합인 조인트리스트 소속 사미 아부 셰하데 의원도 "집단 처벌과 점령군을 동원한 팔레스타인 주민 괴롭히기는 위기 해법이 아니다"라며 "외교적 해법과 점령 종식만이 미래 안전을 보장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대응도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
특히 전날 팔레스타인 중부 나블루스에서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유대교 유적인 '요셉의 무덤'을 파괴했다고 일간 예루살렘 포스트가 전했다.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요셉의 무덤 파괴는 중대 사건이며 유대인의 성지 숭배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엄중히 경고했으며,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에서는 최근 테러로 추정되는 총기 난사와 흉기 난동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7일 텔아비브 중심가에서는 제닌 출신 남성의 총격으로 3명이 숨지고 7명이 부상했다.
또 지난달 29일에는 텔아비브 인근 초정통파 유대교도 집단 거주지인 브나이 브라크에서 무장 괴한의 총격으로 5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 밖에 지난달 22일에는 남부 베르셰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추종자의 흉기 난동으로 4명이 희생됐고, 같은달 27일에는 북부 하데라에서 역시 IS 추종자들이 총기를 난사해 국경 경비대 소속 남녀 경찰관이 사망했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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