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상황에 방만 재정 우려"…재정건전성 강화 필요성 수차례 언급
"유산취득세 도입 검토해야…노사 합의 시 추가 연장근로 허용, 일리 있어"
(세종=연합뉴스) 박용주 곽민서 기자 =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이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낙점되면서 추 후보자의 소신을 담은 과거 발언에 관심이 쏠린다.
추 후보자는 과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등에서 다주택자에 대해 무조건 규제만 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크게 악화한 재정건전성을 회복하고 나랏빚을 줄여야 한다는 언급도 여러 차례 했다.
◇ "전·월세 주택 대부분은 민간 다주택자가 공급"
11일 국회 등에 따르면 추 후보자는 2020년 8월 20일 국회 기재위 정책 질의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에게 "다주택자가 전부 범죄자냐, 투기꾼이냐"고 따져 물었다.
당시 홍 부총리가 "다주택자들이 갭 투자를 한다든가…"라고 답하자 추 후보자는 "갭 투자가 범죄냐"고 되물었다.
이어 추 후보자는 "대한민국 임대주택은 공공이 7% 안팎을 공급하고, 나머지 전·월세 주택은 민간에서 공급한다"면서 "1세대 1주택이 아닌 1세대 2주택 이상(다주택자)이 공급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주택자들이 사실상 임대주택 대부분을 공급하는 중요한 시장 주체인 만큼, 현 정부와 같이 다주택자를 규제 대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다만 추 후보자는 "우리 시장에 굉장히 큰 교란을 일으키는 행태나 탈세자는 엄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분양가 상한제에 대해서는 이른바 '로또 분양'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봤다.
추 후보자는 2020년 11월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질의에서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누군가 뽑기를 잘했다고 시세(차익) 수억을 버는 이 체계는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 공정하지 못하다"고 짚었다.
◇ "거시정책 엇박자 우려…나랏빚 이미 어마어마한 수준"
추 후보자는 코로나19 상황에서 굳어진 확장 재정 기조에 대해서도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2021년 5월 23일 국회 기재위 정책 질의에서 "인플레이션 걱정 때문에 금리 인상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재정은 한발 더 나아가서 기름 붓듯이 확장적으로 더 방만하게 간다, 이게 과연 맞느냐"고 홍 부총리에게 물었다.
이어 "거시정책 조합에서 보면 서로 엇박자가 나는 것 아닌지 몹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추 후보자는 또 "가계, 기업 부채가 각각 2천조원 안팎이고 국가채무는 1천조로, 국가부채 5천조 시대가 열리고 있다"면서 "이게 수습될 게 아니라 앞으로 더 커질 우려가 굉장히 큰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세수가 정부의 당초 전망보다 추가로 더 들어왔으면 빚을 조금 줄여 가야지, 그걸 있는 대로 다 긁어 쓰겠다는 게 거시정책 차원에서도 맞지 않고 재정 운용에서도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초과세수가 추경 편성을 위한 '쌈짓돈'처럼 취급되는 상황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이보다 앞선 2021년도 예산안 공청회에서도 재정 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엿보였다.
당시 추 후보자는 "국가채무비율은 필요할 때 마음껏 써도 된다, 높여도 된다, 이렇게 하는 경향성이 있어서 굉장히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기관과 공기업 부채, 여기에 각종 연기금과 국민연금의 충당부채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는 지금 어마어마한 수준에 벌써 와 있다"고 지적했다.
◇ "사업 시작도 안 했는데 또 추경, 재정 주먹구구식 운영"
추경 편성 작업이 진행 중이던 2021년 2월 16일에는 "(일자리 예산 집행) 시작도 안 했는데 또 추경 이야기를 한다는 게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재정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을 하시나, 이런 걱정이 된다"고 추 후보자는 말했다.
당시 정부가 31조원 규모로 180개 일자리 사업 예산을 편성하고도 추경으로 추가 일자리 사업을 추진한다는 점을 비판한 발언이었다.
그는 "최소한 상반기 정도 집행을 해 보고 일자리 상황이 도저히 이것 가지고는 재정으로 호전을 시키기가 어렵다, 그 다음에 판단을 하셔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본예산 심사할 때 맹탕으로 했냐,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다만 차기 정부 역시 5월 초 출범 직후 추경을 편성하겠다는 입장은 동일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재난 지원에 대해서는 정확한 피해 분석이 우선이라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추 후보자는 같은 날 질의에서 "재난 지원을 하려면 제일 기본은 도대체 피해의 부분이 어디이고, 피해의 정도가 어떠하며, 도대체 그들이 정말 얼마나 피해를 봤고 얼마나 지원이 필요한지에 관해 실태 파악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유산취득세 도입·주 52시간 완화 찬성…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 주장
기업 지원 측면에서는 상속세 개편 관련 발언이 눈에 띈다.
추 후보자는 지난해 기재부 국정감사에서 "유산취득세, 그러니까 내가 (유산을) 받는 만큼 세금을 계산하는 것이 부담 능력에 따라 세금을 내는 원칙에도 부합하고, 부의 분산 효과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산취득세는 전체 상속 재산이 아닌 상속자 개인의 유산 취득분에 매기는 세금인데, 누진세율 적용에 따른 세 부담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주 52시간 체계에 대해서도 "노사가 합의하면 일본처럼 월 단위, 연 단위로 추가 연장근로를 하게 해 달라는 중소기업의 건의가 있었는데, 상당히 일리 있는 호소라고 생각한다"고 기재위 질의를 통해 밝혔다.
반면 노인 직접 일자리 사업에 대해서는 꾸준히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추 후보자는 과거 예결위 질의에서 "노인 직접 일자리가 (제대로 된) 일자리로 둔갑해서 대한민국에 대단한 일자리가 많이 늘어난 것처럼 되고, 많은 사람의 착시현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외 정책 측면에서는 금융감독원을 공공기관으로 재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비타당성조사 제도의 경우 국가 살림의 지속성을 위해 제도의 큰 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보건 의료까지 포함해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ms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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