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우리 전쟁이 아니다" 남편 잃은 러시아 여성의 분노

입력 2022-04-10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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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침공] "우리 전쟁이 아니다" 남편 잃은 러시아 여성의 분노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러시아 중부에서 세살배기 딸과 함께 사는 아나스타샤 반쉬코바는 러시아군이 무뚝뚝하게 스물한살인 남편의 사망을 통보하는 전화를 받은 뒤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했다.
그는 전화 인터뷰에서 "이건 우리 전쟁이 아니다. 우리가 시작하지 않았다. 이건 정부 당국의 전쟁이다"라고 말했다고 영국 텔레그래프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는 "전장에 있는 남자들이 이 전쟁을 원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그들은 정규 훈련을 하러 간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궤멸작전에서 최후를 맞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저 최대한 빨리, 평화롭게. 가능한 한 피해자가 적은 상태로 끝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텔레그래프는 러시아 정부의 선전 선동 속에서도 수천명의 여성들이 서로 분노와 공포를 나누고 있다는 조짐이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주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이 공개한 통화 도청 내용에서도 한 러시아 여성이 아들에게 총을 내려놓고 집으로 돌아오라고 사정했다.
그는 "어제 그들이 율리아에게 와서 남편이 죽었다고 했고 크리스티나 남편도 죽었다. 우리 이웃도 죽고 아무도 안 남았다"고 간청했다.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군 사망자가 1천400명 미만이라고 추산하지만 우크라이나는 그의 10배 규모라고 주장하고 미국은 그 사이라고 말한다.
텔레그래프지는 그러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는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한편에선 특수 작전이 계획대로 된다고 선동하고 다른 한편에선 경찰을 동원해 반대 의견을 탄압한다.
텔레그래프지는 푸틴 대통령이 가족의 사망에 분노하는 여성들이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대비를 해놨다고 모스크바에 있는 익명의 러시아 전문가를 인용해서 전했다.
1980년대 당시 아프가니스탄에서 시신으로 돌아온 아들들을 본 어머니들의 분노가 결국 소련군 철군과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실각으로 이어졌다.
이 전문가는 "푸틴은 체첸과 아프간 전쟁을 거치며 여성들이 얼마나 강력한지 봤다"며 "그러나 그들의 목소리가 중요하긴 해도 지금은 선전 소리가 덮고 있고 여성단체들은 국방부 산하로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아나스타샤는 딸을 돌보고 한편 새로 혼자가 된 이들을 도우면서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미래는 암울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의 친한 친구가 어제 죽었는데, 이날은 얼굴도 못 본 딸이 태어난 지 한 달째가 된 때"라고 말했다.
mercie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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