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에너지 의존 커 서방 '약한 고리'…점차 무기·난민 지원
젤렌스키 "독일 냉정하다"면서도 "호의적 변화" 평가
(서울=연합뉴스) 송병승 기자 = 러시아를 압박하는 경제 제재의 열쇠를 쥔 유럽 최대 경제 강국 독일이 더디고 조심스럽지만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독일은 우크라이나와 과거사의 '악연'으로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다. 침공 전만 해도 오히려 러시아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기도 했다.
독일은 러시아에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 서방의 제재에 미온적이어서 '약한 고리'로 지목되기도 했다.
여전히 독일은 미국, 영국 등 서방 주요국과 비교해 발걸음이 무겁다.
EU는 러시아산 석탄 수입금지에는 합의했지만 러시아 경제에 '결정타'가 될 원유와 가스 제재에 대해서 독일은 아직 결단하지 못했다.
크리스티안 린드너 독일 재무장관은 EU가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 수입을 중단하는 것은 아직 가능하지 않다고 못 박았다.
그는 "우리는 러시아와 모든 경제적 관계를 끊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가스 공급을 끊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 우리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0일 독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독일은 우리에게 소극적이고 냉정한 모습에 머물고 있다"며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냉정한' 독일은 그러나 최근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집단 학살한 정황이 드러나면서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 6일 연방하원 연설에서 "이런 전쟁범죄를 저지른 당사자와 이를 명령한 이들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EU의 새로운 제재로 러시아에 대한 압박 수위는 더 높아질 것이라며 "러시아가 이 전쟁에서 패배하도록 하는 게 우리의 지속적 목표"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독일의 '약점'인 러시아에 대한 석유와 가스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슐츠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그동안 러시아 에너지 제재 동참을 주저해온 독일의 입장 변화를 시사하는 것으로 주목된다.
실제로 독일은 최근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를 위해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와 에너지 협정을 체결하는 등 러시아 의존을 줄이려는 노력에 착수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독일의 태도를 비판하면서도 10일 숄츠 총리와 통화한 뒤 "우크라이나에 대한 독일의 입장이 호의적으로 바뀌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독일은 또 러시아 침공 초기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는 것을 꺼렸지만 인도주의적 참사가 계속되고 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서서히 정책을 수정하는 움직임이다.
독일은 분쟁지역에 살상 무기를 보내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고 우크라이나에 대전차 무기 1천정과 군용기 격추를 위한 휴대용 적외선 유도 지대공 '스팅어 미사일' 500기를 우크라이나에 공급했다.
독일 야당은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탱크와 같은 중무기를 보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숄츠 총리는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충분한 무기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이미 많은 무기와 장비를 보냈다고 반박하면서 독일 연방군의 무기 재고를 파악해서 합리적이고 신속하게 무기를 추가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무상 지원과 더불어 독일 군수업체 라인메탈은 올해 연말까지 마르더 장갑차 35대를 우크라이나에 납품할 예정이다.
독일 군수업계에서는 이 밖에 우크라이나에 유탄포 장갑차 100대를 공급하겠다고 제안했다고 독일 언론이 전했다.
독일은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독일은 우크라이나 인근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으로 들어온 난민을 독일로 실어나르고 있다. 지금까지 독일에 도착한 우크라이나 난민은 30만명을 넘어섰다.
독일 정부는 이들 난민에게 기초생활 수급제도를 적용받는 수준의 생활을 보장하기로 했다.
독일은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을 위해 20억 유로(약 2조6천700억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songb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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