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사법부, 'AI 재판' 전국 확대하나…막판 '저울질'

입력 2022-04-12 12:00  

말레이시아 사법부, 'AI 재판' 전국 확대하나…막판 '저울질'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말레이시아 사법부가 판결에 앞서 AI(인공지능)로 적정 형량을 참고하는 시스템을 시범 도입한 데 이어 이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놓고 막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12일 베르나마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당국은 AI 재판 시스템이 판결의 질을 향상한다고 보고,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이달 안에 결론 지을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말레이시아 대법원 대변인은 "AI 재판은 여전히 시범 단계"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보르네오섬 말레이시아령 사바주와 사라왁주는 2020년 2월부터 마약·강간 사건에 AI 재판 시스템을 시범 도입했다.
판사는 법정에서 검찰과 변호사의 의견을 청취한 뒤 컴퓨터에 피고인의 혐의와 나이, 직업, 결혼 여부, 범죄경력 등 세부 사항을 입력한 뒤 양형 분석 버튼을 누른다.
그러면 AI 시스템이 법정에 설치한 대형 스크린에 적정한 형량을 내놓는다.
양형은 형벌의 종류와 정도를 정하는 것을 뜻하며, 법원·판사마다 들쭉날쭉한 '고무줄 양형' 시비를 불식하고자 한국 사법부도 2009년에 양형기준제를 도입했다.



말레이시아 사법부는 AI 재판을 시범 운영한 결과 밀린 사건을 신속하고 일관되게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긍정적 반응을 내놓았다.
사바주와 사라왁주 판사들은 마약, 강간 사건에 대한 AI 양형 권고 가운데 3분의 1 정도를 수용했으며, 나머지 경우는 AI 권고보다 감경하거나 더 센 판결을 내렸다.
다수의 말레이시아 변호사들은 AI 재판이 소수자, 소외된 집단에 대한 편견을 고착화할 수 있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20년 차 변호사 하미드 이스마일은 "마약 소지 혐의 피고인에게 AI 시스템이 너무 가혹한 형량을 권고했다"며 "판사는 재판에서 팩트뿐만 아니라 여러 요소를 고려해 재량권을 사용하지만, AI는 그렇지 않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noano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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