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주의자, 코로나19·높은 물가의 불만을 기존 질서에 대한 분노로 돌려"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불안정한 정세를 틈타 미국과 유럽에서 극단적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CNN 방송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CNN은 해설기사를 통해 극우 성향 마린 르펜 후보의 프랑스 대선 선전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공화당원들의 지지,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의 4연임 성공 등을 예로 들며 최근 글로벌 정치 지형에서 온건 중도파가 급진적인 좌·우파들에 의해 밀려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10일 진행된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 중도 성향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7.84%를 득표해 1위에 올랐으나 국민연합(RN)의 르펜 후보는 23.15%를 득표해 마크롱을 위협했다.
두 사람은 2017년 대선에서도 결선 투표에서 맞붙은 바 있다. 당시에는 마크롱 대통령이 33%포인트 차로 크게 승리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결선 투표에서도 마크롱 대통령의 승리가 점쳐지지만, 지지율 차이는 2∼8%포인트까지 좁혀진 것으로 나온다.
CNN은 프랑스 정치에서 중도우파 야당이 사라지면서 유권자의 표가 우파와 좌파의 급진 정당으로 옮겨갔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공화당의 후보였던 발레리 페크레스는 "극우 후보가 승리에 이렇게 가까이 간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3일 헝가리 총선에서는 집권 여당인 피데스가 승리하면서 오르반 총리가 네 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그는 현재 유럽에서 가장 오래 집권한 지도자로, 권위주의 성향 때문에 일각에서는 독재자로 불린다.
CNN은 오르반 총리의 승리에 대해 "언론 자유와 민주적 가치, 유럽연합(EU)의 지도자들에 재앙"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까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등 보수 지도자들에게 구애를 보낸 대표적인 극우 지도자로 평가받는다.
미국의 상황도 비슷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에서 패했지만 여전히 공화당원들의 지지를 받는다. 반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높은 인플레이션을 해결하지 못하면서 유권자들의 분노를 얻고 있다.
CNN은 "바이든 대통령은 온건 중도층에 의해 승리했지만 진보주의자들은 그를 더 왼쪽으로 끌어당기는 데 성공했으며, 이는 중도 유권자를 소외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중간선서가 열리는 11월까지 유권자의 불만을 해결하기 못하면 바이든 대통령은 중간 선거에서 값비싼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유럽과 미국에서 극단적 포퓰리즘이 부상하는 이유에 대해 이들 정부가 2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시민의 자유를 크게 제한하면서 국민의 불만이 누적됐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물가마저 급등하면서 사회 불만이 팽배해졌기 때문이라고 CNN은 설명했다.
CNN은 또 많은 반체제 정치인들의 전술은 경제 상황에 대한 분노를 외국인과 무슬림, 이민자 등으로 돌리도록 부추기는 것이며, 그중 일부는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민주주의 체제와 언론을 공격하며 기존 질서에 대한 분노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 니콜라스 둥간 교수는 "푸틴의 침공으로 세계는 이제 법과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나라와 이것을 끝내려는 나라로 나뉘고 있다"고 말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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