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장관 등 50여명 코로나19 방역규정 어겨…야당 등 사퇴 요구 포문
존슨 범칙금 납부하고 사과했지만 사퇴는 거부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코로나19 방역 규정을 어기고 자신의 생일파티에 참석한 것으로 결론 나면서 정국은 다시 '파티게이트' 소용돌이로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영국 총리실은 12일(현지시간) 존슨 총리와 리시 수낙 재무부 장관이 경찰로부터 범칙금 통지를 받았다고 밝혔다고 BBC와 더 타임스 등 영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존슨 총리 부인 역시 범칙금을 물게 됐다.
이로써 존슨 총리는 재임 중 법 위반으로 제재를 받은 첫 총리라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존슨 총리는 이의제기를 하지 않고 바로 범칙금을 납부하고 사과했지만 사퇴 요구는 물리쳤다.
그는 인터뷰에서 "대중의 분노를 이해한다"면서도 "영국인들에게 중요한 일을 해야 한다는 더 큰 의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수낙 장관과 존슨 여사도 전적으로 사과하고 범칙금을 바로 냈다고 밝혔다.
이날 런던경찰청은 총리실과 정부청사에서 방역규정을 어기고 파티에 참석했다가 범칙금을 내게 된 인원이 50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작년 12월 파티게이트가 불거진 후 여론은 극히 악화했다. 앞에선 봉쇄규정을 잘 지키라고 강조하고선 뒤에선 파티를 즐긴 '내로남불' 행태에 민심이 돌아섰다.
존슨 총리는 작년 12월 파티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코로나19 규정 위반 파티의 증거가 차곡차곡 쌓이는데도 불구하고 줄곧 자신은 규정을 어긴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존슨 총리는 의회에서 "총리실에서 모든 지침을 완전히 따랐다"며 "이번 의혹이 제기된 뒤 나는 파티와 코로나19 규정 위반이 없었다는 점에 관해 여러 차례 확인받았다"고 주장했다.
야당과 코로나19 유가족 단체는 즉시 맹공에 나섰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존슨 총리와 수낙 장관이 법을 어겼을 뿐 아니라 국민에게 계속 거짓말을 했다고 비판하며 사퇴를 요구했다.
이언 블랙퍼드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의 하원 원내대표도 존슨 총리가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에서는 부활절 연휴를 맞아 휴정 중인 국회를 다시 열라고 요구했다.
유고브 설문조사에서는 57%가 존슨 총리 사퇴에 손을 들었다.
존슨 총리는 '파티게이트'로 벼랑 끝까지 몰렸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관심이 분산되면서 기사회생했다.
올 초에는 보수당의 평의원 모임인 1922 위원회에 불신임 투표를 요구하는 서한이 쌓여가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투표가 시작될 듯한 분위기였지만 공직윤리 담당 공무원 수 그레이의 내부 조사와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결정하자는 의견이 늘며 정족수인 54명을 넘기지는 않았다.
경찰은 당초엔 거리를 두고 있다가 그레이의 조사 정보를 받고 움직이기 시작했고, 올해 1월엔 모임 12건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그레이는 중간 보고서에서 총리실 내 리더십 실패를 지적했으며 최종 보고서는 경찰 수사가 끝난 뒤에 발표된다.
문제가 된 행사는 존슨 총리의 56번째 생일파티다.
총리실 대변인은 성명에서 경찰이 2020년 6월 19일 오후 총리실 내 내각 회의실에서 열린 모임과 관련됐다고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존슨 여사는 깜짝 파티를 기획해서 당시 관저 수리 작업을 하던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함께 케이크를 건넸고, 직원들에게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도록 유도했다.
존슨 총리는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거짓말을 하진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10분도 안걸린 짧은 모임이었고, 솔직히 규정을 위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차기 총리후보로 꼽히는 수낙 장관의 측근들은 그가 이 파티에 참석한 점을 인정했지만 이는 단지 코로나19 대책 회의 때문에 현장에 도착했기 때문이고 초대받은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더 타임스 등은 총리 등에게 부과된 범칙금은 100파운드(약 16만원)인데 이의제기를 하지 않고 조기에 납부해서 50파운드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BBC는 상황에 따라 금액이 달라질 수 있는데 이번 경우엔 60∼200파운드가 부과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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