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멕시코에서 이른바 '강제 실종'이 늘어나는 것은 만연한 조직 범죄와 관료들의 부패가 겹쳤기 때문이라고 유엔 강제실종위원회(CED)가 밝혔다.
1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CED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11월 말 현재 멕시코에서는 9만5천여 명이 실종됐고, 이 가운데 4만 명은 지난 5년 새 실종됐다며 이렇게 밝혔다.
강제 실종이란 국가 등 권력 기관에 의해 체포, 구금되거나 납치돼 행방 불명 상태로 이어지는 것을 뜻한다.
CED는 "조직범죄가 멕시코 내 강제실종의 핵심 요인이고 공무원들도 암암리에 이에 관여하거나 묵인 또는 방조하고 있다"며, 지난해 11월 멕시코를 방문한 11일 동안에만 112명이 사라졌다고 밝혔다.
또 이런 범죄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강제 실종자가 계속 늘고 사건은 은폐된다고 CED는 밝혔다.
강제실종 범죄에 가담한 혐의가 드러나 처벌받는 경우는 전체 피해 사례의 2∼6%에 지나지 않고, 지금까지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6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심지어 2014년 9월 게레로에서 교대생 43명이 범죄조직에 납치됐다는 사실을 멕시코군이 알고도 그 증거를 은닉한 것으로 민간 연구진이 폭로했다.
이 사건으로 지금까지 처벌받은 이는 아무도 없고, 심지어 군 관계자들에 대한 인터뷰조차 허용되지 않는 등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CED는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 구조는 강제실종이 반복되는 가운데 그 내막을 은폐할뿐 아니라, 희생자들과 이들의 권익을 옹호하는 이들, 실종자를 찾고 사건의 내막을 조사해야 하는 공무원들, 나아가 사회 전체를 위협하고 불안을 조장한다"고 밝혔다.
멕시코 정부 통계에 따르면 강제실종 희생자 나이는 15∼40세지만, 최근에는 남녀 어린이와 청소년, 여성 피해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성노예 등 인신매매 피해 사례가 늘고 있고, 인근 과테말라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반인륜 범죄 행위를 폭로하려는 민간단체나 기자들도 표적이 돼 2003년부터 2021년 사이 30여 명의 기자가 실종됐으며 지금까지도 이들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CED는 이어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5만2천여 명의 시신이 공동묘지나 법의학 수사기관, 대학, 법의학정보센터 등에 안치돼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CED는 "국가적 차원에서 강제실종을 예방하고 근절하기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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