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연료·식품가격 급등 영향…BIS "새 인플레 시대 맞은 듯"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김윤구 기자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발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전 세계 물가가 치솟으면서 다수 선진국에서 물가 상승률이 5%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전쟁을 계기로 원유와 식량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며 세계 경제를 '새로운 인플레 시대'로 몰아가고 있다.
13일 외신에 따르면 미국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작년 동월보다 8.5% 급등해 1981년 12월 이후 40년여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석유 등 에너지 가격이 32% 오르며 물가 상승세를 주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미국의 평균 휘발유 가격도 지난달 11일 갤런당 4.33달러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국제 유가는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기준으로 3월 정점을 기록한 뒤 최근 안정되는 추세지만 올해 들어서만 이미 약 35% 올랐다.
미국 천연가스 선물 가격도 올해 86% 치솟았다.
앞서 한국의 3월 물가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는 4.1% 올라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에 4%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석유류를 포함한 공업제품이 지난달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 석유류의 물가 상승 기여도(1.32%포인트)를 포함한 공업제품의 물가 상승 기여도가 2.38%포인트에 달했다.
특히 석유류의 물가 상승 기여도가 2월 0.79%포인트에서 0.53%포인트나 확대됐다.
전쟁 여파로 러시아·우크라이나가 핵심 생산지인 밀과 같은 주요 식량의 공급도 차질을 빚으면서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들어 밀값은 약 42%, 대두는 약 26%, 옥수수는 약 30% 각각 급등했다.
이에 따라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집계하는 3월 식량가격지수(FFPI)도 전달보다 12.6% 뛰어오른 159.3포인트를 기록, 2개월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런 물가 상승세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선진국 경제 중 물가 상승률이 5%를 넘는 국가의 비중이 60%에 달했다. 이는 1980년대 이후 최대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선진국 경제는 대개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2%로 설정하고 있는데, 현재 물가는 목표치의 2배 이상을 훨씬 웃돌고 있는 셈이다.
예컨대 3월 소비자물가가 독일은 7.3%, 이탈리아는 6.7% 각각 올랐다.
영국은 2월 물가상승률이 6.2%로 3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블룸버그가 이코노미스트들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영국의 3월 물가상승률은 6.7%로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 회원국인 유로존의 3월 소비자물가도 7.5% 올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신흥시장은 선진국보다 물가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 BIS에 따르면 신흥국 절반 이상이 물가상승률이 7%를 넘었다.
특히 아르헨티나와 터키는 올해 들어서 50%대를 웃도는 물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브라질은 3월에 물가가 11.3%, 인도는 6.95% 각각 뛰어올랐다.
중국과 일본의 소비자 물가는 이례적으로 안정된 모습이지만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중국은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5%에 그쳤지만,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8.3%로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일본은 지난달 정부 조사에서 향후 1년의 물가 상승률 전망치에 해당하는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2.7%로, 2014년 이후 가장 높게 나왔다.
아구스틴 카스텐스 BIS 총재는 "우리는 새로운 인플레이션 시대를 맞은 것 같다"면서 "높은 인플레이션을 일으킨 요인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지난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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